정현모 본지 편집인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국내 최대의 광학전시회가 열린다.

올해 9회 째를 맞는 DIOPS는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안경광학 비즈니스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마침내 올해는 165개 기업이 무려 620개 부스 규모의 참가단을 구성하게 됐다.

참가단의 관심은 멀리 30여 개국에서 날아온 700여명의 바이어들에게 모아진다. 그들에게 우리 기술력과 제품을 알리고, 그들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모든 산업 전시회는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하느냐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뉜다. 전시회를 주최하는 기관•단체는 성공을 담보로 참가업체를 모집하고, 참가업체들 또한 투자보다 큰 효과를 기대하고 부스를 마련한다.

그리고 3일간의 짧은 일정 안에 최대한 많은 바이어들과의 상담을 희망한다. 72시간의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 광학전은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 외에 우리 안경산업의 현 위치를 분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안경광학산업체들은 그동안 멀리 프랑스 파리와 이태리 밀라노, 미국 뉴욕까지 날아가 세계 굴지의 광학전시회에 참가하거나 참관해왔다. 판매자의 입장으로 참가하기도 하고, 바이어 입장에서 해외업체 부스를 돌아보기도 했다.

짧은 전시회 기간 중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린 기업들도 적지 않다. 반대로 기대는 컸지만 실제 얻은 효과가 거의 없어 실망한 기업도 있었다. 때로는 광학전에서 ‘큰 손’으로 알아주는 빅 바이어 입장으로 세계 전시회를 누비는 국내 CEO의 행보를 지켜보기도 했다.

광학전의 부스단으로 참가하건, 아니면 바이어로서 참관하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나라 안경산업의 바로미터가 된다. 우리 업계가 세계 안경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리더라면, 어느 광학전에서건 밀려드는 상담 요구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이다.

반대로 선진국의 뒤를 쫓는 데 그친다면 헐값의 덤핑 제품을 찾는 바이어들만 만나야 하고, 결국 우리 업체끼리 벌이는 출혈경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많은 해외 광학전에서 이러한 부정적인 모습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덤핑 경쟁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우리 안마당에서 열리는 DIOPS에서 우리끼리의 과도한 경쟁은 피해야 한다. 그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 업계의 기술과 디자인 역량 등이 세계 전체 수준에 견주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바로 이웃에서 막대한 자산을 바탕으로 맹렬히 추격해 오는 중국 등 후발 국가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안경산업은 현재 기로에 서있다. 글로벌시장에서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갖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과거처럼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지도 못한다.

가격경쟁력은 일찌감치 중국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브랜드 가치는 유럽과 미국이 선점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안경산업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몰가치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수 십 년 동안 쌓아온 우리나라 특유의 기술력을 내세울 틈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우리 울타리 안에서 열리는 국제광학전은 이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나라 안경광학산업의 수준과 국제적 위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멀리 유럽에서 가까이는 중국, 일본의 대규모 참관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얼마만큼의 성과를 올리는 지 여부에 따라 우리 수준이 뚜렷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광학전이 얻어낼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자료가 필요하다. 광학전이 끝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참가업체별 상담실적과 수출실적, 그리고 전체 실적이 발표될 것이다. 그런 산술적 집계 외에 반드시 분석•공개해야 할 자료가 있다.

어느 품목,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얼마나, 그리고 얼마에 수출하게 됐는지, 각 기업과 단체의 상담실적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내용은 곧 우리나라 안경광학계의 수준을 드러내는 측정표가 된다.

광학전을 통한 비즈니스 성과의 ‘양’뿐만 아니라 ‘질’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앞서 말했듯, 우리 안경광학계는 선진국의 브랜드 가치와 중국 등 후발국의 가격경쟁력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이런 경쟁관계에서 가장 먼저 짚어볼 문제는 바로 현 상황에서 우리의 포지셔닝(Positioning)을 분석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안경산업의 경쟁력에 대해 후발국보다 높은 기술력에 비춰 선진국보다 낮은 가격을 꼽는다. 이번 광학전에서 이러한 가설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 검증해보아야 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과 치열한 비즈니스 활동에 나선 결과는 곧 우리 업계의 위상을 검증하는 자료가 된다. 국내에서 열리는 광학전에서 각 참가업체의 비즈니스 성과 외에 이와 같은 과학적 분석결과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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