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지 않았던 봄이 지나간다.

4월까지 겨울옷을 입고 지내야 했던 이상기후를 견디다보니 어느새 여름이 코앞이다. 지난 겨울 추위는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또 그 추위가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런 추위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속됐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도 없다.

기상학자들은 지난 겨울과 봄까지 이어진 추위가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온실가스 때문에 북극권을 가로막던 제트기류가 사라졌고 북극점의 한랭 전선이 남쪽으로 밀려왔다는 얘기다. 상식적인 예측을 뛰어넘는 현상들이다. 예측을 하지 못했으니 추위는 더 심하게 느껴지고 모두들 움츠러든 계절을 보내야 했다.

그런 이상 기후 속에서도 나무들은 하나 둘 새 잎을 틔우다 어느덧 짙은 신록을 이룬다. 이런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고 이른바 ‘순리’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 우리 안경·콘택트렌즈 시장도 이런 날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답보상태에 머물던 매출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긴 불황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긴장하게 된다. 정부와 언론 등에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대와 가까워졌다는 말과 달리 지난 겨울 극심한 추위가 찾아온 것과 같다. 앞으로도 경제 사정이 그리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 경제의 척도 가운데 하나인 건설업계를 살펴보면 더 큰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견 건설업체들이 줄지어 도산하고 지어놓은 아파트는 팔리지 않아 도시의 흉물이 돼 가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부동산 시세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금융권 대출을 받았던 소시민들이 과도한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시장의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안경업계의 어려움도 이런 시장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같은 내수의 어려움은 물론, 수출도 사정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해 고환율로 수출기업들이 상당한 실적을 올리기도 했지만 세계시장은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제 그리스 등 남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여파가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흔들리면 지구촌 전체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런 마당에 수출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수출시장의 위축은 국내 콘택트렌즈 업계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그동안 국내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수출여건이 안 좋아졌다는 핑계로 안 그래도 혼탁한 시장을 더 흐리는 사례가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몇몇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은 국제광학전이 열릴 때마다 해외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일을 일삼아 왔다. 말도 안되는 가격을 제시하는 덤핑 공세와 조악한 품질의 제품을 유통시키는 일, 더구나 제3세계를 통한 벌크수출까지 당연하다는 듯 진행해 왔다.

벌크 수출은 자사 브랜드를 달지 않고 출하하기 때문에 엄밀한 품질관리도 하지 않고 질이 낮은 제품까지 대량으로 반출하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 콘택트렌즈의 품질수준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벌크 수출을 통해 중국으로 건너간 몇몇 제품은 현지 브랜드를 달고 다시 국내로 역수출되는 상식 이하의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다보니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까지 혼탁하게 만들게 된 것이다. 자기 앞길을 닦지는 못 할망정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스스로 함정을 파고 그 속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같은 업종의 국내업체들까지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시장 환경이 불리해질수록 이런 파행적인 기업 활동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건실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싼 가격만 보고 다른 브랜드를 선택했던 바이어들이 몇 배의 가격에도 다시 기존 거래 업체로 돌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꾸준한 연구개발과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한다면 결국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러한 정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또 어렵더라도 올바른 길을 걸어간 업체가 조만간 더욱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안경업계, 콘택트렌즈 업계는 길어야 불과 수십 년의 역사밖에 갖지 못했다. 앞으로 가야 할 시간이 더 많고 개척해야 할 길이 더 멀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벌써 편법을 통한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다면 우리나라 콘택트렌즈 업계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눈앞의 추위를 피하려다 가을에 얻을 수 있는 풍성한 수확을 맛보지 못하게 된다. 위기라고 느낄수록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의 룰을 지키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페어플레이가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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