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문화수준 척도, 전문용어 표준화 작업 아직 먼 길

안경업계에서 통용되는 언어 가운데 상당수가 한글 맞춤법 표기안과 맞지 않거나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버리지 못해 표준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경업계가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수준이 낮은 직군이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산업표준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안경업계의 제조·유통업체가 상호로 흔히 사용하는 외국어 ‘vision’의 경우 맞춤법 표기안에 의하면 ‘비전’으로 써야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비젼’으로 쓰고 있다.

이러한 상호는 군소업체 뿐만 아니라 중견업체들도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비전’은 업체 상호 뿐만 아니라 ‘비전 테라피’ 등 파생용어도 적지 않은데다 제품 브랜드로도 많이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부분 ‘비젼’으로 잘못 표기,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영어 color도 맞춤법 표기안에 따르면 ‘컬러’로 써야 하지만 안경업계에서는 ‘칼라’가 일반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안경·콘택트렌즈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홍보할 때 ‘칼라렌즈’, 또는 ‘칼라콘택트렌즈’라고 쓰고 있어 대외 이미지 실추를 자초한다. 콘택트렌즈 업계에서는 표준안에서 ‘서클’로 쓰는 ‘circle’을 ‘써클’로 읽거나 쓰는 사례를 고치지 않고 있다.

서클렌즈를 시민들에게 홍보하면서 ‘써클렌즈’라고 표기, 주요 고객층인 10~20대 젊은 세대를 오도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칼라렌즈나 써클렌즈 등을 공식적인 품명으로 등록, 각종 매체의 교정이 불가능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밖에 안경원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제품을 설명할 때도 부적절한 어휘를 남발, 안경계 수준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특히 관련 용어의 한글화가 되지 않아 빚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업계의 용어 표준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경업계에서는 아직 영어 등에서 비롯된 안경 관련 용어를 표준화하고 있으나 그나마 과거 일본어의 잔재나 은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실정이다. 안경의 ‘림’을 ‘빵’으로 부르거나 ‘안경렌즈 닦이’를 ‘후끼’라고 통칭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일본어 잔재와 은어는 최근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안경사 면허를 취득한 젊은 안경사들과 기존 안경사들의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젊은 안경사들은 학업과정에서 배운 전문용어 외에 ‘도이시’ ‘다마후끼’와 같은 선배 안경사들의 용어를 다시 배워야 하는 비효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또 안경렌즈의 중굴절, 고굴절, 초고굴절 등 굴절률을 ‘한 번 압축’, ‘두 번 압축’ 등으로 설명하는 것도 고객들의 오해를 부르는 잘못된 용어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안경관련 용어 정립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안경협회는 돋보기안경을 대체하는 용어 공모전을 1년 동안 펼쳐 ‘캐리어그라스’를 당선작으로 정해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안경관련 학계에서는 업계의 공동 사업을 통한 관련용어 표준화 작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회가 고도 산업화 될수록 정확한 표준 언어 사용이 필수인데도 아직 안경업계는 그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단 정확한 언어사용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된 뒤에 업계 공동의 노력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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