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근시억제, 기능성렌즈로 공격적 마케팅

‘서비스산업 선진화’ ‘일반인 법인안경원 개설 허용’ ‘한-EU FTA 협정 체결’ ‘안경사 국가시험 전형방식 변경’ ‘콘택트렌즈 관련 고발방송’. 지난해 우리나라 안경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 가운데 일부다. 2008년 말 시작된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의 늪에 빠진 안경계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일부에서는 안경사들이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뒤로 한 채 하루하루 매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팽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안경사의 전문성을 되살리고 강화함으로써 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적극적인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 needs에 부응하면서 시력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끌어올려야만 우리나라 안경산업 전체가 도약할 수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다. 본지는 안경사들과 동반 발전을 지향하는 관련기업 및 학계와 함께 안경계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제가 40대 초반 성인 이구요. 일반 안경 끼다가 가까운 게 잘 안 보여서 안경원에 갔더니 ××기능성 안경이라고 렌즈 값만 30만원 부르던데… 보통 그런가요?”

인터넷 포털 지식검색에 올라온 질문 가운데 하나다. 일반 안경착용자에게 렌즈 가격만 30만원이라면 분명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그만한 값어치를 하게 될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최근 안경계의 고수익 창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기능성렌즈와 관련된 얘기다. 안경사들은 이제 앞서 예로 든 고객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안광학과 전공과정 학습을 통해, 또 각 기능성렌즈 제조사의 자료를 통해 얻은 지식은 안경사 모두가 갖춘 지적 자산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식을 얼마나 쉽고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알리느냐는 각 안경사들의 ‘스킬’이다. 기능성 렌즈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가능하다면 고객들이 느끼는 1차적 망설임은 쉽게 해소해줄 수 있다. 고객들은 안경사를 믿고 선뜻 기능성렌즈를 선택하게 되고 스스로 그에 따른 편익을 확인할 경우 적극적인 추천자 역할을 하게 된다.

고객 궁금증 풀어주는 전문가 자세 필수

안경렌즈, 특히 기능성렌즈 시장의 확대는 위와 같은 과정을 밟게 된다. 반면 일반 소비재와 같은 소비자 광고만으로 시장확대를 바라기는 어렵다. 불과 1~2페이지의 지면광고나 10~15초의 방송 광고만으로 기능성렌즈가 가진 복잡,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에 대한 단순한 정보제공은 ‘기능성렌즈=만사형통’이란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위험성도 적지 않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의류소품을 구매하듯 안경사에게 ○○렌즈를 주문하고, 올바른 검안과 조제·조제과정을 통해 안경을 맞춰줬음에도 광고와 같은 효과를 못 얻을 경우 안경계 전체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다.

안경렌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의료기기인데다 기능성렌즈의 경우 일반 렌즈보다 차별화된 별도의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따라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사의 개입이 다른 어떤 제품보다 필요하다.

기능성렌즈의 질적, 양적 성장은 바로 안경사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

기능성렌즈 시장 확대는 안경사 손에

현재 우리나라 안경원에는 수많은 기능성렌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린이 근시진행 억제 기능을 내세운 렌즈만해도 소모옵티칼의 ‘닥터 소모 주니어(Dr. SOMO Junior)’와 칼자이스비전코리아의 ‘마이오비전(Myovision)’, 케미그라스의 ‘케미 키즈(CHEMI KIDS)’ 등이 나왔다.

소모옵티칼은 어린이 개개인의 안경착용 상태, 사용목적, 개인의 습관까지 고려한 개인 맞춤형 렌즈를 통해 어린이 근시진행의 억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눈과 생활환경 등이 천차만별인 만큼 각각의 특성에 맞는 렌즈를 적용해야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모옵티칼은 다양한 인종의 어린이 469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레시브렌즈와 일반단초점렌즈의 효과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닥터 소모 주니어를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부터 강원도 횡성의 한 초등학교와 함께 임상실험을 진행, 내년 학계가 인정할 수 있는 한국 어린이들에 대한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어린이 근시진행 억제렌즈는 우리나라 기능성렌즈 시장을 한 차원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근시를 가진 어린이가 급증하는 가운데 안경원에서 맞추는 안경 하나로 증상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면 부모 대부분이 해당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안경원과 안경계의 입지가 높아지는 셈이다. 다양한 직업·연령에 따른 기능성렌즈는 이미 어느 정도 일반화된 상태다. 누진다초점렌즈도 단순한 노안증상 해결을 넘어, 보다 전문화된 시력보정이 가능한 렌즈로 진화하고 있다.

얼굴에 맞는 테, 눈에 적합한 렌즈 고르기

수년 전 호야렌즈가 원용부와 근용부를 차별화, 편안한 시야를 제공하는 리마크렌즈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착용자의 안경사용 이력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 고객 선호에 따라 시야 폭 선택이 가능한 ‘HOYALUX Trinity’를 선보이고 있다.

동해렌즈가 지난해 선보인 ‘레조나스 W’도 인간공학과 신경과학을 접목, 최첨단 설계의 양면복합 누진렌즈로 알려져 있다. 소모옵티칼은 여기다 ‘DGD’(Dynamic Guide Design) 개념을 도입한 착용자 맞춤형 렌즈를 최근 런칭하는 등 기능성렌즈의 선택폭을 넓히고 있다.

DGD렌즈는 사용자의 양안 조절능력과 시생활 패턴, 렌즈의 디자인 등 모든 환경적 요소를 반영한다. 이같은 기능성렌즈로 이제 안경도 주변부 초점까지 선명하게 확보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각 안경렌즈 제조업체들은 이밖에 각각 다른 설계방식과 제조공정으로 생산한 기능성렌즈를 선보인다.

안경렌즈는 콘택트렌즈처럼 고정된 시력교정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프레임 착용습관과 생활 패턴에 따른 특정 초점 범위의 차이 등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이러한 변수를 줄이고 성장기 어린이의 근시진행 억제는 물론, 모든 안경착용자에게 가장 정확하고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기능성렌즈다.

앞서 인용한 초기 노안증세의 소비자가 가진 기능성렌즈에 대한 궁금증 해소는 곧 안경계 파이 확대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안경을 맞추는 고객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테를 고르는 것처럼 자기 눈에 적합한 렌즈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테를 고르는 일과 달리, 안경렌즈를 고를 때는 시력교정 전문가인 안경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객이 미처 모르는 기능성렌즈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 그것만으로도 안경계 전체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공격적 마케팅의 기본 틀을 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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