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안경점 이미지, 언제 벗을 것인가

‘서비스산업 선진화’ ‘일반인 법인안경원 개설 허용’ ‘한-EU FTA 협정 체결’ ‘안경사 국가시험 전형방식 변경’ ‘콘택트렌즈 관련 고발방송’. 지난해 우리나라 안경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 가운데 일부다. 2008년 말 시작된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의 늪에 빠진 안경계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일부에서는 안경사들이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뒤로 한 채 하루하루 매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팽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안경사의 전문성을 되살리고 강화함으로써 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적극적인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 needs에 부응하면서 시력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끌어올려야만 우리나라 안경산업 전체가 도약할 수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다. 본지는 안경사들과 동반 발전을 지향하는 관련기업 및 학계와 함께 안경계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안경원과 안경점의 차이는 뭘까. 왜 이미 입에 밴 안경점이라는 말을 버리고 안경원으로 통일해 쓰자고 그토록 강조하는 것일까. 이 문제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안경점이란 말을 쓰는 ‘중견 안경사’들과 관련제품 제조·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생각과 언어를 바꿀 수 있다. ‘~점(店)’의 사전적 의미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가게’ 또는 ‘상점’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나와 있다.

안경점이라는 말은 곧 안경가게, 또는 안경을 파는 상점이란 뜻이다. ‘~원(院)’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공공 기관’ 또는 ‘공공 단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안경원은 따라서 안경을 취급하는 공공기관이나 단체라는 뜻으로 ‘가게’에 비해 큰 공익성과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

실제 사례를 본다면 병원, 또는 의원을 들 수 있다. 병·의원은 누구나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의료기관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원(院)’과 ‘~점(店)’의 차이부터 명확히

지난 10여 년 전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긴 ‘산후조리원’도 버젓이 ‘~원’을 쓰고 있다. 산후조리원은 당초 의료행위와 관련 없는 일반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도 않는 사설 영리업소다. 이런 곳까지 ‘~원’이라는 명칭을 공식화하고 있는데 반해 국가시험원에서 인정하고 발행한 보건의료기사 면허권자인 안경사들이 일하는 안경원은 안경점으로 부른다.

이같은 현상은 명칭 하나를 어떻게 정하느냐라는 단순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안경점이란 말이 일반화된 까닭에 안경사는 ‘보건의료인’이 아닌 ‘사장’, 또는 ‘주인’이나 ‘종업원’으로 전락한다. 또 고객에 대한 검안과 안경 조제·가공 등 보건의료인의 전문적인 처치까지 안경을 팔기 위한 ‘서비스 행위’가 되고 만다.

그 일을 하는 장소를 ‘안경을 취급하는 공공기관’이 아닌 ‘안경가게’로 인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명제를 남겼다. 이를 단순하고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언어가 존재를 결정 짓는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안경인 스스로 안경원을 안경점이라고 부르는 일은 자신의 역할까지 망각하고 일반 잡화와 같이 안경·콘택트렌즈를 파는 장삿속에 갇히는 것과 같다. 이를 지켜보는 고객들도 당연히 안경사를 보건의료인이 아닌 잇속만 챙기는 장사꾼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런 가운데 실제 안경원 운영방식이 ‘안경가게’의 상행위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후조리원과 비교되는 ‘안경점’

안경렌즈와 안경테 등은 정찰제 개념이 정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스스럼없이 “깎아 달라”는 흥정을 붙이려 한다. 그동안 방송매체 등을 통해 안경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장사꾼’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진데다 일부 안경원에서 내건 할인행사 현수막의 영향이 적지 않다.

또 정찰제를 지키지 않고 고객의 흥정 요구에 응하는 관행도 한 몫하고 있다. 결국 안경원은 곧 이른바 ‘에누리’도 가능한 안경가게, 즉 안경점이란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안경점을 버리고 안경원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안경계 전체가 입에 밴 ‘안경점’이라는 말을 버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안경원이란 명칭을 통일해야 한다. 이는 이미 지난해 국어표준원에 공식 등록된 표준어이기도 한다. 이밖에 △가격 정찰제 시행 △선진 검안 도입과 전문적인 상담기법 개발 △검안 및 조제·가공료 제도화 등이 대표적이다.

안경계에서 이미 정찰제를 철저히 지키는 사례도 있다. 다비치안경체인은 안경테와 렌즈 모두 정찰가격을 붙이고 철저히 지키고 있다. 고객들이 테 등을 고르는 단계부터 자신의 예산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 가격흥정의 빌미를 주지 않는다.

안경제품 정찰제 준수는 병원·약국 등과 비교하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환자들은 병원 진료비나 처치료,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 약제비, 약값을 깎지 못한다. 병원·약국은 이미 의료보험 수가로 진료비 등이 체계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력보정용 안경도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찰제 준수에서 고객상담 매뉴얼 마련까지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검안과 상담기법 개발 및 시행도 서둘러야 한다. 현재 많은 안경착용자들이 검안은 안경을 맞출 때 당연히 받는 서비스로 생각한다. 이같은 관행을 갑자기 깨트리고자 한다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하던 단순한 시력검사에서 몇 가지 항목을 추가하고 여기서 얻은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고객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눈 상태를 알게 되면 감동할 수밖에 없다. 담당 안경사에 대한 신뢰도까지 함께 높아진다.

고객 상담 또한 체계화해야 한다. 존슨앤드존슨 비전케어에서 올 초 원데이 SiH렌즈 ‘트루아이’ 런칭과 함께 활용하고 있는 ‘트루아이 고객상담 기법 AAA(Ask·Answer·Advise) 가이드’와 같은 매뉴얼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높다.

이같은 시도는 결국 장래 검안료와 조제·가공료 청구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마진을 붙여 ‘팔아먹는’ 안경가게가 아니라 전문적인 검안과 기술로 안경을 처방해주는 안경원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안경인의 힘을 모아야 한다.

안경점이란 말이 사라지고 안경원으로 통일될 때 국민들의 시력건강 수준 또한 높아진다. 안경원이 되기 위해 안경계에서 기울인 노력 하나하나가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있는 검안과 처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안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