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옵티칼 장만호 대표는 만나기는 쉬워도 인터뷰는 어려운 CEO로 꼽힌다. 여러 사람과 터놓고 얘기하길 좋아하지만 취재수첩을 꺼내놓으면 으레 손사래를 친다. 장 대표가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으니 결국 지레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는 사실 우리나라 안경계에서 누구보다 돋보이는, 이른바 ‘스펙’(specification)을 갖춘 인물이다. 미국에서 생물응용학 학부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 비주얼사이언스 학위까지 취득한 후 대학원 과정인 옵토메트리 스쿨에 진학, 안과 전문의보다 까다로운 검안학박사(OD) 자리에 올랐다.

서울의 외국계 렌즈회사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꼬박 11년을 공부해 얻은 결과였다. 이런 입장에서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자칫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차별화된 ‘스펙’을 앞세운 일방적 주장으로 전해질 수도 있다.

특히 매체의 지면을 통해 그의 발언이 전해질 경우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이 곡해(曲解)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장 대표는 이런 위험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매체와의 공식 인터뷰를 의도적으로 꺼리는 듯하다. 그런 장 대표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안경계에 가장 절실한 문제로 ‘지적(知的) 구심체’, 또는 ‘지적 리더’의 부재(不在)를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는 특정집단의 정치·사회적 선도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학술적 의미를 갖는 존재다.

장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안경사들을 이끌어 갈만한 우뚝 선 리더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여러 안경사들이 개별적인 연구모임 등을 만들어 의미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나 과연 객관적으로 그 결과물을 토의하고 여과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냐”고 반문했다.

의학계의 경우 각 전문과별로 학회가 구성돼 이론과 임상결과 등을 검증하고 이를 구성원 모두 인정하고 있다. 반면 안경계는 이러한 구성원들의 공감과 합의를 이끌만한 지적인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안경사들은 시지각 분야 최고 지식인 집단인데도 국제적인 컨퍼런스 하나도 주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중심 단체를 만들어 (안광학과 시지각에 대한) 토의와 여과를 진행, 모든 안경인이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러 안광학 관련 단체나 안경사 모임이 있으나 모두 파편화돼 있어 학술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공론화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또 대한안경사협회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리더의 역할이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같이 협회는 최소한 5~6년 앞을 바라보면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렇게 할 때 모든 안경사가 동참하게 되고 결국 협회의 역량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 대표는 소모옵티칼의 글로벌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가장 주력하는 업무는 독일의 소모옵티칼 현지법인을 키우는 일이다. 현재 소모옵티칼은 미국 LA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국 상해 및 북경, 일본 동경 및 오사카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이같은 해외법인 설립은 국내 타 기업의 해외지사영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해외지사는 해당 지역의 바이어와의 거래를 통해 단순한 수출업무만 진행하고 있으나 법인은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해외법인은 해당 국가의 독립기업으로서 철저한 현지 마케팅전략을 수립,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소모옵티칼은 이러한 현지법인화 전략을 일찌감치 진행해 왔다. 이와 관련, 장 대표는 “소모옵티칼은 해외선진국에서 앞선 노하우를 입수하자는 뜻에서 현지 법인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지법인의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지화 작업은 글로벌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위한 기초가 된다. 장 대표는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과 달리 세분화된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글로벌화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을 융합할 때 이러한 글로벌의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전망은 경력이 많은 건축가가 기초공사의 형태만 보고 건물 전체의 모양새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해외에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충분한 만큼 소모옵티칼의 ‘작은 글로벌기업’ 모델이 충분히 그려진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거대 다국적기업은 모든 안경렌즈를 생산, 공급하면서 상당한 인적·물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소모옵티칼은 타깃 세분화로 최소한의 투자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큰 기업이 긴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소모전을 펼치는 사이 작은 글로벌기업의 입지를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자신감은 최근 크게 발달한 우리나라 안경렌즈 품질수준에서 나올 수 있다.

장 대표는 “렌즈의 재질이나 제조기술에서 소모옵티칼은 이미 유럽과 대등한 수준”이라며 “설계와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으나 최근 프리폼렌즈가 활성화되면서 간극이 크게 좁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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