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엣지 있는 안경사로서 스타일스트가 되자

안경은 쓰는 사람에게 시력보정용 의료기기가 되는 동시에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이를 뭉뚱그려 패션소품이란 말로 단순화하기엔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얼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패션소품은 모자나 피어싱, 여성들의 귀걸이, 머리 핀, 스카프 등이 있다.

안경은 이들 소품보다 더 결정적으로 착용한 사람의 인상을 좌우한다. 여기다 입고 있는 의상과의 통일성도 크게 좌우한다. 멋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착용하고 있는 안경과 의상의 어울림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게 된다. 이런 안경의 선택을 돕고 조언하는 역할은 안경사가 맡아야 한다.

패션소품보다 포괄적 의미 갖는 안경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옷 입는 패턴도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패션의 유행에 너무 집착, 몰개성적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개개인을 놓고 볼 때 자신만의 일정한 패턴을 유지한다.

청바지에 간편한 티셔츠를 주로 입던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폭 넓은 플레어스커트 위주의 옷만 입는다면 십중팔구 그녀의 생활에 큰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즐겨 입는 의상패턴의 변화는 드문 일이다. 이런 의상패턴은 대부분 20대 이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각각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얼굴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독자적인 코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안경도 마찬가지다. 안경테는 얼굴 형태는 물론, 평상시 의상 패턴에 어느 정도 맞춰져야 쓰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인상을 연출하는 패션소품이기도 하다.

젊은 힙합 가수가 파스텔 톤의 두꺼운 안경테를 쓰는 것은 잘 어울리지만 증권회사 직원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다. 유명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우디 알렌이 그의 트레드 마크인 검정색 뿔테를 버리고 날렵한 무테 안경을 쓰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같은 개개인의 개성과 의상패턴, 나아가 그 사람의 직업, 라이프 스타일을 조화시키는 전문가를 스타일리스트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스타일리스트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인 것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스타일리스트는 주로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연출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근 영역이 더욱 확대돼 패션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유명 스타일리스트인 정윤기씨 등은 방송·연예계뿐만 아니라 패션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갖기도 한다. 이같은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모든 안경사들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시력전문가이자 아이웨어 스타일리스트

‘인키 아이웨어’의 이혁재 대표 안경사는 지난해 본지 기고를 통해 “(안경사는)사람의 시력을 책임져서 의료기사이고, 얼굴에 맞는 안경을 권해주기에 아이웨어 스타일리스트며, 트렌드와 착용감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산업 가운데 안경사와 같이 포괄적인 의미의 비즈니스 영역을 가진 분야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안경사는 광학과 생리학 등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시력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인이라고 규정된다.

담당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문도 의료기기인 시력교정렌즈 처방과 안경 조제·가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법에 의해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는 안경테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안경원 업무도 대부분 소비자들이 먼저 진열된 수천 장의 안경테 가운데 한 장을 스스로 고른 뒤 검안을 받게 된다.

테를 고를 때 안경사의 역할은 간단한 조언에 그칠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보다 적극적으로 안경테를 추천하는 안경원도 간혹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인키 아이웨어나 서울 강남의 몇몇 안경원은 별도의 스타일리스트를 채용, 고객 상담을 이끌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광학적 지식이 없는 스타일리스트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일리스트가 무조건 예쁘거나 튀는 안경을 추천하다보니 최상의 시력을 제공할 수 있는 처방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누진다초점렌즈를 처방받아야 할 고객에게 커브가 심한 테를 추천, 그대로 안경을 맞춰줄 경우 안경사가 아무리 렌즈 처방과 조제·가공을 잘해도 오류가 날 수밖에 없다. 누진다초점렌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안경사라면 고객이 원한다 해도 커브가 심한 안경테를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결국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안경사가 맡을 때 가장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광학적 지식 없는 스타일리스트의 한계

안경사는 보다 폭넓은 안목과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안경원을 방문한 고객에게 너무 밀착해 설명을 늘어놓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적절한 관심을 보이면서 안성 맞춤한 테를 골라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안경원 시스템대로라면 고객들의 디스플레이 돼 있는 수천 장의 안경테를 일일이 혼자 골라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안경사가 이러한 과정에 적절히 개입, 고객의 의상과 얼굴 형태, 시력상태에 가장 잘 맞는 테를 추천한다면 고객의 만족감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도 크게 높아진다.

이런 절차를 밟으면서 안경사는 고객의 평상시 의상 패턴이나 직업, 라이프스타일까지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할 경우 안경원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런 데이터는 안경원을 양도할 경우 시설비 못지않은 유형의 자산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안경사 스스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배경지식과 감각을 갖춰야 한다.

단순히 고객의 얼굴 형태에 어울리는 테를 권하는 것보다 평상시 의상패턴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럴 경우 고객들은 타 안경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서비스로 받아들이고 해당 안경사를 신뢰하게 된다.

또 적극적인 스타일 상담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안경 보유를 추천할 수도 있다. 정장차림에 어울리는 업무용 안경과 캐주얼한 느낌의 레저생활용 안경,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쓰는 가벼운 안경 등 최소 3가지 패턴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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