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길 케미그라스 대표이사는 경남 양산시의 본사에 있을 때면 언제나 작업복을 걸쳐 입는다. 정장 드레스셔츠에 넥타이를 맨 채 반팔 작업복을 덧입은 모습은 ‘세련미’나 ‘패션감각’이란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얼핏 보면 전문경영인 CEO가 아니라 직접 렌즈를 생산하는 기능인 출신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이같은 ‘작업복 패션’에 대해 “전 직원이 같은 복장으로 근무하는데 대표이사라고 다르게 입을 수는 없다”고 했다.

본사 안에서는 말단 직원이나 대표이사나 똑같은 사원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철학은 사내 인트라넷인 그룹웨어 시스템을 통한 ‘소통’의 경영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소통은 만사형통”이라고 말한다. 경영정보와 각 사원의 업무내용, 제안과 건의 등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공유되면서 투명경영과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냈다.

지난 3월 박 대표는 ‘제37회 상공의 날’기념식에서 우수한 기업 활동을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 을 받았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납세자의 날에는 ‘모범납세 기업인상’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만 2년 전인 2008년 7월 케미그라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이룬 가시적 성과 중 일부다. 그러나 정작 박 대표 자신은 대외활동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각 단계별 매출향상에 역점을 두는 편이다.

안경렌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그의 목표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과 투명한 경영을 국세청이나 상공회의소 등 외부 기관이 인정한 결과 여러 포상을 받은 셈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5년 뒤 연간 안경렌즈 1억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세계 안경렌즈 수요는 연간 약 8억5천만~9억장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케미그라스가 세계 수요의 10%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런 포석을 달성하기 위해 박 대표는 빠른 행마를 전개한다.

다국적 안경렌즈 기업 위주의 시장에서 케미그라스의 차별화한 포지셔닝은 필수요건이다. 박 대표는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뒤 그 기반 위에서 프리미엄급 시장 개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약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서 150여년 이상의 연혁을 가진 세계 메이저 안경렌즈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올해 케미그라스는 총 4천500만장의 렌즈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내수는 1천100만장, 나머지 3천400만장은 세계 30여 개국으로 수출하게 된다. 내수 점유율에서 케미그라스는 단연 독보적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실적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서의 케미그라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는 중소제조기업 CEO로서 위기의식도 털어놓았다. 그는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1.67급 렌즈 이하의 국내 생산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렌즈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추세를 막을 수는 없지만 지연시킬 수는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안경렌즈 제조업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앞으로 국내 안경렌즈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프리미엄급 렌즈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케미그라스 생산라인은 폭주하는 RX렌즈 주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박 대표는 “매년 3월부터 8월초까지는 전 생산라인이 RX렌즈 생산 때문에 ‘생고생’을 하고 있다”며 “일선 안경원에서 아직 국산 RX렌즈 주문 기일을 턱 없이 짧게 잡아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케미그라스 생산라인은 거듭된 야근과 주말근무를 강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생산 능력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주문량은 300~400 수준까지 폭주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6개월 이내의 성수기에 맞춰 라인을 증설한다면 나머지 기간은 놀려야 한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결국 일선 안경원에서 주문처리 기간을 연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케미그라스는 현재 일선 안경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각 안경원 하나하나가 이윤을 올려야 하는 기업이라는 관점에서 이익창출을 위한 상품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박 대표는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안경사님들이 판매하기 쉽고 적절한 마진을 보장받는 제품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알려진 프리미엄급 렌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제품공급을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근지역 대학 특강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비전을 학생들에게 전하는데도 적극적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너머의 세계상을 제시하고 대기업과 차별화되는 중소기업의 발전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는 다양한 업무를 맡으면서 통합적 시각과 사고력, 업무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이는 당장의 보장보다 중요한 개인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차별화되면서 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 중소기업, 즉 케미그라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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