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맞추는 소비자는 으레 테를 먼저 고르고 검안까지 마친 뒤 마침내 렌즈를 선택하게 된다. 이럴 때 어느 안경원은 브랜드별로 여러 렌즈를 안내하고 어느 안경원은 가격대부터 제시한다.

소비자는 대부분 자신의 경제적 여력에 맞춰 선택 가격을 먼저 제시하는 후자를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소비자일수록 가급적 비싸지 않은 렌즈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안경렌즈는 엄연한 의료기기인데다 잘못 처방·조제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무시되기 쉽다.

또 렌즈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품질 또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도외시된다. 안경렌즈는 같은 모노머라도 질적 차이가 있고 설계와 굴절률은 물론 코팅에서도 수많은 등급이 나뉜다. 그렇다고 가격대가 낮은 안경렌즈는 모두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저렴하면서도 품질기준을 엄수하는데다 착용자의 눈 건강을 위한 배려까지 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도(正道)에서 비켜난 일부 업체의 불량렌즈 유통이다. 안경렌즈는 육안으로 보아 품질의 결함을 알아내기 어렵다. 직접 착용한 사람도 대부분 어딘가 모를 불편감을 호소할 뿐이다.

이런 렌즈는 굴절률에 미세한 이상이 있거나 초점불량 등의 잘 드러나지 않는 결함을 갖고 있다. 또 코팅의 마무리가 완벽하지 않아 비정상적인 벗겨짐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여기다 기능성 렌즈를 내세운 제품 가운데 정체불명의 착색제를 사용, 눈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있다.

소비자들은 안경렌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각각의 렌즈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결국 안경사 탓만 하게 된다. 해당 안경원에서 이런 소비자불만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불신은 우리나라 전체 안경계로 확산된다.

이러한 일이 많아진다면 결국 안경업계 모두가 큰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다. 불량렌즈 문제의 원인은 물론 비양심적인 소수 제조업체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통업체와 해당 제품을 싼 가격에 구매, 많은 마진을 확보하려는 일선 안경원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고 그들의 선택을 돕는 일선 안경원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일선 안경원에서 낮은 구매단가와 높은 마진률에 현혹되지 않으면 소수 불량렌즈 제조업자들의 설 자리는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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