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따라가고 있을 때는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 자신이 유행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의상이나 기타 패션 아이템, 라이프 스타일을 갖추기 때문에 그 안에 포함돼 있는 한 남과 다른 점을 찾지 못한다.

또 유행이란 그런 까닭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비슷한 패턴을 갖춘 집단에 자신을 소속시킬 때 안정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바로 별다른 생각 없이 유행을 따르는 집단이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유행은 절대 쉽게 무시해 버릴만한 일이 아니다.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도 그만큼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우리 사회는 더 정답고 풍요로워진다. 유행의 위력은 지금 당장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10년 전 즐겨 입던 옷을 꺼내 입고 번화가로 나가면 금방 느낄 수 있다.

혼자 완전히 동떨어져 낯선 존재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옷깃의 디자인과 컬러, 바짓단의 마무리 방식 등이 다를 뿐인데도 그 차이는 너무 확연히 드러난다. 안경테도 마찬가지다. 지난 90년대 안경테는 얼굴의 반을 가릴 정도로 큰 림이 대세였다.

너도 나도 광대뼈를 다 가릴 정도로 큰 안경을 쓰고 흘러내림을 막느라 연신 치켜 올리며 생활하던 시절이었다. 그 후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림이 극단적으로 작아지다가 다시 커지는 추세다. 지금 과거의 안경은 칠순 노인들도 별로 쓰지 않는다.

이런 차이를 가장 단순하게 풀이하면 ‘촌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최근 유행에 뒤떨어졌을 뿐인데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웬만큼 유행을 따르는 게 편하다. 그리고 이러한 유행을 쫓는 소비가 관련 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유행은 단순한 소비자 취향이나 사치가 아니라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산업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수동적인 유행 수용자들의 입장을 전한 것이다. 유행은 남보다 앞서 창조하는 크리에이터와 선도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패션리더, 혹은 얼리 어덥터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산된다.

아이웨어 유통업자는 본격적인 크리에이터가 아닐지라도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 가운데 한 두 가지를 선택, 시장에 알리는 준 창조자 역할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유통업자가 현재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가느냐, 아니면 아직 시장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을 전파하느냐라는 점이다.

쉬운 길을 택한다면 이미 유행의 조짐을 보이는 전자를 택할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가면 실패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다. 사업자로서는 상당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전혀 새로운 아이템을 선택, 이를 시장에 처음 도입하는 길은 그 자체로 모험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업자로서는 이러한 모험을 피한다는 것 자체가 불명예로 남는다. 보다 앞선 패션을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이런 패션의 확산을 통해 전체 산업계에 영향을 주는 역할이 수입·유통사업자의 역할이다.

특히 안경테나 선글라스 수입·유통사업에서 이같은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아직 세계 수준과 비교해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 국내 안경디자인 분야에 신선한 자극이 되면서, 더욱 뛰어난 역량을 이끌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새로운 디자인과 컬러를 가진 아이웨어를 추천하는 안경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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