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벗고 예뻐지고 싶다.’ 콘택트렌즈 관련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문구는 대부분 안과 병·의원의 라식, 또는 라섹수술 관련 기사 제목으로 쓰이곤 한다.

최근 이러한 제목의 안과 홍보성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이런 기사는 주로 라식, 혹은 라섹 수술로 거추장스러운 안경을 벗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해당 안과의사의 탁월한 수술 실력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수술 후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확인되지 않은,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도 반드시 덧붙인다. 여기서 라식, 혹은 라섹 수술의 안전성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이러한 기사가 왜 이렇게 자주 소개되는 지 따져보는 것이 급선무다.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의사 단체의 지속적인 언론정책에 따라 각 매체의 보건·의료담당 기자가 기사를 출고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기사에 소개된 안과와 해당 매체의 거래관계에 따른 보도일 수도 있다. 특히 약·의학 전문지나 인터넷 매체의 경우 병·의원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칼럼이나 기사를 연재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사에 소개되는 병·의원은 충분한 퍼블리시티 효과를 얻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안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다는 사실이다. 안경계가 안과 병·의원에게 사회적 아젠다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 점은 깊이 우려해야 할 사안이다.

라식, 라섹수술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물론 안경을 쓰지 않는 것이 쓰는 것보다 훨씬 편하지만 수술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수술이 아무리 안전해졌다 하더라도 여기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또 모든 외과적 수술은 인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수 년 전 조사 결과만 보아도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시력교정을 필요로 한다. 조금 비약한다면, 수술이 능사라는 말은 우리나라 경제력이 충분해질 경우 국민의 절반이 눈동자를 레이저로 깎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연 그런가. 안경계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연일 계속되는 라식, 라섹수술 홍보 공세 차단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안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