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레포츠 기노성 대표
모리스레포츠 기노성 대표
지난 몇 년 사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언제든 서울 시내를 지나다보면 곳곳에서 낯선 모습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짝을 지어 활보한다.

이들은 아주 멀리 있어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피부색이나 머리칼, 생김새로 외국인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이 있다. 특히 화창한 날이면 이들은 더욱 쉽게 눈에 띈다. 바로 저마다 쓰고 있는 선글라스가 서울시민과는 쉽게 구별될 수 있다.

특히 선글라스를 쓴 남성은 십중팔구 외국인이다. 이와 달리 서울 시민들 가운데 간혹 선글라스를 쓴 사람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남자들은 아주 간혹, 그것도 캐주얼 복장을 한 젊은 청년들만 선글라스를 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외국인, 특히 백인들은 눈동자의 멜라닌이 적어 동양인이나 아프리카인보다 자외선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북미의 백인들은 일찌감치 선글라스 착용을 일상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인들에게도 한여름 강한 자외선이 눈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난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쓰는데 인색하다. 한 번은 선글라스를 쓴 채 빵집에 들른 일이 있었다.
빵집 주인은 친절하게 웃으며 ‘운전을 하시다 들어오셨냐’고 물었다.

선글라스는 운전할 때만 쓴다는 고정관념을 읽을 수 있는 사례였다. 운전할 때가 아니라면 커다란 여행가방을 메고 먼 여행을 떠나거나 바닷가로 나갈 때만 선글라스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리 햇살이 강하고 뜨거워도 쉽게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다. 이런 습관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요인 때문에 생긴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아직도 보수적인 지역을 가면 연장자 앞에서 안경을 쓰는 것조차 결례로 여긴다. 이런 마당에 멀쩡한 평일 업무시간에 선글라스를 쓰는 일은 예의에서 어긋난 짓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관례에서 과감히 벗어나도 좋다. 선글라스는 멋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눈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소품이기 때문이다.

선글라스의 유례도 미 공군 조종사들이 장시간 비행할 때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태생부터 멋이 아니라 기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제는 선글라스로 기능뿐만 아니라 멋도 한껏 부리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남성들은 이런 멋에 인색한 편이다.
그래서 주말 나들이에는 선글라스를 자주 쓰지만 일상에서는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있다. 또 여름이 지나면 아예 쓰지 않는 제품으로 치부, 1년이 넘도록 먼지만 쌓이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선글라스뿐만 아니라 스포츠고글 인구도 크게 늘고 있다. 자전거와 등산, 골프 등 야외 레포츠 인구가 증가하는 것과 스포츠글라스의 성장 속도는 정비례한다.

이런 스포츠글라스도 레저 활동을 할 때만 쓴다는 뿌리 깊은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이런 답답한 고장관념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햇살이 강하지 않아도, 굳이 주말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선글라스나 스포츠고글을 쓰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풍토는 착용하는 사람들의 눈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사회를 보다 풍요로운 이미지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서울의 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난히 선글라스를 많이 쓰는 까닭이 꼭 눈 건강 보호만을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선글라스 하나로 멋도 내고 생활의 여유를 한껏 드러내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은 어딘가 여유 있게 보이고 우리보다 훨씬 풍요롭게 보이기도 한다. 이런 느낌은 개인에 대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사람들, 즉 외국인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런 이미지는 틀에 박힌 답답한 형식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활동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경제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여행 인구도 연간 1천400만~1천5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바야흐로 실질적인 글로벌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유독 선글라스 착용 실태를 보면 선진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선글라스 착용은 쓰는 이의 눈 건강보호와 패션성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우리 업계 입장에서 볼 때는 수많은 국내 선글라스, 스포츠글라스 제조·유통업체와 전국 8천여 안경원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제부터라도 선글라스, 스포츠글라스 업계가 힘을 모아 전국민 선글라스 착용 공동 캠페인을 벌이는 건 어떨지 생각해본다. 각각의 업체가 여러 매체에 자사 브랜드 광고를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힘을 합쳐 선글라스, 스포츠글라스 착용 생활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캠페인은 특히 겨울철에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지난 여름 며칠만 쓰고 서랍에 넣어 둔 선글라스를 다시 꺼내 쓰자는 내용으로 전개해보자.
두터운 겨울 옷을 입고 머플러를 날리며 선글라스를 쓴 모습도 매우 멋지다는 점을 강조할만하다. 이런 캠페인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게 다가가겠지만 그만큼 효과는 커질 수 있다.
그 효과가 선글라스와 스포츠글라스 시장 확대로 이어진다면 그 열매는 모든 업체들이 골고루 나누기에 충분할 것이다. 평일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선글라스를 쓰는 환경을 만드는 일, 우리 업계가 먼저 나서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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