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의 최근 4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SSM 인근 동네 슈퍼의 매출은 50% 감소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 롯데슈퍼 등 SSM의 총 매출액이 1조1천792억원에서 3년 뒤인 지난해 2조5천426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 3천144개 SSM 인근 동네슈퍼는 매출이 48%나 줄었고 고객수도 51% 감소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유통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네슈퍼에 생계를 걸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 입장으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회도 이런 처지를 알기에 여야 할 것 없이 새로운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SSM 진출 제한 관련 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한다. FTA협상을 총괄하는 그의 입장에서 SSM 규제는 선진국과의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럴 수 있다. 정부의 SSM 규제는 자유시장 경제를 인위적으로 가로막는 불공정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왜 그런가.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화된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북유럽 국가들의 유통시장은 체인기업이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70년대와 같이 골목길 점포에서 시작해 부지런히 노력하면 준재벌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수성가형 시스템은 버린지 오래다. 그렇다면 북유럽 국가의 기업 CEO를 제외한 국민들은 우리나라 영세 자영업자들처럼 불행할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보다 사회보장 체제가 확실하고 균등한 교육기회를 무한정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마당에 체인기업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 스스로도 낯선 거리를 지나다가 끼니를 해결하려면 옹색하고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식당보다 깔끔한 분위기의 식당을 찾게 된다. 그런 식당은 열이면 여덟 아홉이 프랜차이즈 업소다.

극장도 CGV니 메가박스니 롯데시네마 등 거대 체인기업 형태가 완전히 시장을 장악했다. 하다못해 보건의료 분야인 약국도 ‘온누리’라는 체인 브랜드가 전국 각 지역에 고루 분포해 있다. 우리 사회가 이미 개인의 역량을 중시하는 농경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버리고 본격적인 기업형 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형 사회에서 거대 기업의 구성원을 이루는, 즉 수많은 체인가맹사업자들이자 소비자들이 어떤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혹자는 이같은 체인조직 외에 각각의 사업자가 동등한 자격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동체와 같은 조직을 갖출 때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이상에 가깝다. 아직 북유럽을 포함한 유럽 선진국들도 시민사회주의 정책의 부침을 겪고 있다. 이런 까닭에 기업형 사회에서 체인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과 이를 지탱하는 제도적 기반이 철저히 갖춰져야 한다.

체인기업은 기업의 영리만 추구해서는 안된다. 먼저 가맹사업자 모두의 사업적 성공을 이끌어야 하고 이를 통한 전체 사회의 고른 이익을 배려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체인기업에 대해 우호적 시선을 보낼 수 있다. 또 자기 영리만 추구하는 후진적 기업이라는 사회적 비난에서 비켜서게 된다.

안경분야도 마찬가지다. 안경체인은 약국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안경사들이 주인공이다. 이들 안경사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구성원 모두가 고른 혜택을 얻도록 하는 체인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안경체인은 골목 동네슈퍼의 문을 닫게 하는 SSM과는 전혀 다르다.

전문가 면허를 가진 안경사들의 힘을 모아 고객에게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가들은 가장 적절한 대가를 얻도록 조정하는 기업이 바로 안경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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