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박현주 동강대학 안경광학과

 

서 론

시감도와 민감도는 시각기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야간시력은 민감도를, 주간시력은 시감도를 극대화하며 이들의 균형적인 선택이 요구된다.

망막부위의 분화는 이러한 민감도와 시감도 문제에서 비롯되는데 망막의 2차원적인 제약이 시각신경계의 병행적인 경로와 이에 기초한 적응적 진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 보인다.

이 글은 야행과 주행 습성을 동시에 갖추어 민감도와 시감도의 균형 문제가 요구되는 고양이의 초기 시각계에서 민감도와 시감도의 균형을 최적화하는 광학적 기전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본론

1.시감도(acuity)와 민감도(sensitivity)

민감도는 빛 에너지에 대한 절대적인 반응도이며 시감도는 빛 에너지 분포변화에 대한 반응도이다.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를 대비(contrast)라 하고 식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대비를 결정해서 이 역치(threshold)의 역수를 대비감도(contrast sensitivity)로 정의한다.

대비감도는 공간주파수나 조도에 따라 다르다. 조도가 감소하여 어두워지면 모든 공간주파수에서 민감도가 감소한다. 특히 동공의 직경은 민감도와 시감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광학적 요인이다. 동공의 직경이 커지면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증가하여 민감도가 증가하는 반면, 수차(aberration)의 증가로 상이 흐려진다.

반대로 좁은 동공은 수차를 감소시켜 시감도를 증가 시키지만 적은 양의 빛을 통과시켜 어두운 조명하에서는 유용성이 없다. 야행성 동물은 일반적으로 시감도대신 민감도 증가로의 시각계의 진화를 이루는데 넓게 열린 동공과 망막 뒤편의 휘막(輝膜, tapetum lucidum) 등이 그 예다.

민감도와 시감도 간의 대립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두 가지의 적응이 진화하였는데, 광학적 적응과 신경학적 적응이 그것이다.

광학적 적응의 대표적인 예는 직경을 조절할 수 있는 동공이다. 동공의 크기는 주어진 조명상태에서 정보량을 극대화하는 크기로 조절되며 동공 반사가 여러 조명 상태에서 시감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인간의 동공은 원형 근육에 의해서 직경이 조절되는데 고양이의 동공은 일자형 근육에 의해서 조절된다. 밝은 조명에서는 일자형으로 닫힌 동공의 틈은 좁아져서 수차를 극소화해 시감도를 증가시키고 어두운 환경에서는 일자형 동공이 근육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열려서 민감도를 극대화시킨다.

 

2.망막

망막은 기본적으로 3차원의 시공간을 2차원 평면으로 대응시키는 구조이다. 이는 양안시(binocular vision)를 통해서 어느 정도 복원되지만 2차원의 제약으로 인하여 망막의 한 분위가 동시에 민감도와 시감도를 극대화할 수 없다.

이에 따른 적응방법으로 반응의 특성이 다른 광수용체세포인 간체와 추체 세포들이 진화하였으며 망막의 지역에 따른 기능의 분화가 이루어져 있다. 간체세포(rod cell)는 추체세포(cone cell)에 비해 민감도가 높다. 추체는 상대적으로 시감도가 높다.

낮은 공간 주파수 신호는 추체와 간체에 의해 동시에 처리되는데 반하여 높은 공간 주파수 신호는 추체에만 전달된다. 특히 시감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망막신경절세포의 수 즉, 시신경섬유의 수이다.

사람의 경우 시신경섬유는 약 120만개이며 이는 고양이의 약 10배에 가깝다. 고양이의 망막에는 영장류의 중심와(central fovea)에 해당하는 중심역(area centralis)이 존재한다. 고양이 중심역의 경우 4개의 추체의 신호가 한 개의 망막신경절 세포에 전달된다.

이러한 망막부위에 따른 기능적 분화의 결과로 간체의 밀도가 낮은 중심시야는 민감도가 낮고 시감도가 높고 높은 공간 주파수와 느린 시각운동의 지각에 적합하고 망막 주변은 공간적 시감도가 낮은 대신 시간적 시감도가 높아서 빠른 운동을 지각하는데 적합하며 민감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 망막부위에 위치하는 간체와 추체 간에는 서로를 억제하는 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3 휘막(tapetum lucidum)

민감도와 시감도 균형 문제를 망막부위의 분화로서 해소하는 극적인 예는 고양이의 눈에서 볼 수 있다.

망막의 최외층인 단층의 망막색소세포(pigment epithelial cell)층이 있는데 빛을 흡수하는 멜라닌 색소의 결여로 인해 산란되는 빛은 시감도를 감소시키지만 상어, 가오리 등 일부 심해어류와 육상의 일부 육식 동물에서는 이를 오히려 이용하여 빛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키는 진화가 이루어졌다.

고양이 망막의 위쪽에 분포하는 색소세포는 색소가 결여되어 있으며 망막 뒤의 휘막(輝膜, tapetum lucidum)이 망막에 의해 흡수되지 않은 빛을 거울처럼 반사시킨다. 반사된 빛은 망막을 다시 한 번 통과하는 기회를 통해 눈에 입사하는 빛이 망막에 흡수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수되지 않은 빛은 눈 밖으로 반사되어 어둠속에서 빛나 보인다. 따라서 휘막은 넓게 열리는 동공과 함께 조도를 증가시켜 모든 공간 주파수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키는 장치로 생각된다.

민감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휘막은 시감도를 감소시킨다. 지극히 조도가 낮은 야간 환경의 경우는 민감도가 요구되므로 감소되는 시감도는 문제되지 않지만 조도가 높은 주간에는 휘막에 의해서 난반사되는 빛 양의 증가로 시감도는 심각하게 저하된다.

고양이의 일자형 동공이 망막에 가해지는 빛의 양을 감소시켜 시감도를 돕기도 하지만 휘막의 분포가 망막의 위 부분에 제한되어 있어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망막의 위 부분은 시계(視界)의 아래 부분에 대응된다. 고양이의 야행활동은 주로 아래 시계에 관련되어 있으며 휘막이 망막 위 부분에 발달한 것은 이를 반영한 듯이 보인다. 주간의 광원(태양)이 대응하는 아래 망막 부위에는 색소세포가 색소를 지니고 있고 휘막은 발달해 있지 않다. 따라서 망막의 지역에 따른 극적인 기능의 분화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휘막의 분포는 망막의 중심역(area centralis)을 포하하고 있는데 중심역 근처의 휘막은 반사도가 다소 낮아서 휘막에 의한 시감도의 감소를 줄이는 듯 보인다. 이러한 설계는 민감도와 시감도의 처리가 최적화되는 광학적 기전으로 생각된다.

 

결론

색체, 형태, 운동 등의 시각의 다양한 측면이 독립적인 경로에 의해서 병행적으로 처리된다. 이 글에서는 고양이의 시각계에서 민감도와 시감도를 균형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정리하였다.

1)고양이의 동공은 일자형 근육에 의해서 조절된다. 밝은 조명에서는 일자형으로 닫힌 동공의 틈은 좁아져서 수차를 극소화하여 시감도를 증가시키고 어두운 환경에서는 일자형 동공이 근육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열려서 민감도를 극대화시킨다.

2)고양이의 망막색소상피층의 위쪽에 분포하는 색소세포의 결여로 산란된 빛을 재이용하여 눈에 입사하는 빛이 망막에 흡수할 수 있는 확률을 증가시킨다.

3)망막 뒤의 휘막은 조도를 증가시켜 모든 공간 주파수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키는 구조이다. 고양이의 휘막은 주로 망막 위 부분의 민감도를 증가시키고 망막의 아래 부분에는 휘막의 반사도가 낮아서 빛이 거의 반사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는 님감도와 시감도의 병행적인 처리를 최적화하는 광학적 기전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동강대학 2009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에 의해 수행되었음

 

(출처 - 2010 한국안광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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