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칠레의 구리광산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려 70여일 가까이 매몰돼 있었던 33명의 광부들이 무사히 구출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TV 화면으로 소개됐다. 구조 장면은 매몰 광부들의 가족, 칠레 국민들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동적이었다.

구조작업 소식 가운데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다. 매몰광부 가운데 젊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을 가장 먼저 구조캡슐을 통해 지상으로 끌어올린 뒤 건강이 안좋은 광부를 구조한다는 점이었다.

맨 마지막 순서는 매몰 기간 중 광부들을 통솔했던 작업반장이었다. 매몰광부들을 극한 상황에서 이끌었던 그가 마지막으로 지상을 밟는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늙고 병약한 이들보다 젊고 건강한 광부 4명이 가장 먼저 구조된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거기엔 더 깊은 뜻이 숨어있는 것 같았다.

그들 젊은 광부는 두 달이 넘게 지하에 갇혀있다 갑자기 지상으로 나올 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밖으로 끌어올려지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매몰광부를 위한 일종의 ‘마루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만약 그들의 심신에 어떤 문제가 있을 경우 구조팀은 다른 매몰광부의 구조를 서두르기보다 의료진 등을 내려 보내 더욱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칠레 구리광산의 구조작업을 지켜보며 ‘리더’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안경업계도 (사)대한안경사협회와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등 두 개의 중심적인 단체가 주축이 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수요와 공급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안경업계를 이끌고 있다.

크게 볼 때 안경업계의 리더 단체이고 각 구성원은 그 조직 안에 각각 리더를 뽑아 그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안경업계는 다른 산업직군에 비해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

이런 사례는 대한의사협회와 제약협회, 또는 의료기기제조협회 등과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집단의 결속력은 위기상황에서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칠레 구리광산의 매몰광부들은 리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기어코 밝은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들의 결속력은 다른 광부들을 위해 ‘마루타’ 역할을 자처하는 구성원들로부터 나왔다.

안경업계의 이같은 자기 희생과 헌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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