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시내에서 중국에 장기체류 중이라 들었던 안경계 인사를 만나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언제 귀국했냐고 묻자 그는 무슨 얘기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그동안 중국은 커녕 제주도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안경업계는 이런 풍문이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떠돌곤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일들이 그럴듯한 이유를 달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기 일쑤다. 이런 말은 한사람 건너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면서 점점 더 사실인 것처럼 가공되고 마침내 안경업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풍문을 믿게 된다.

풍문의 주인공으로서는 가슴을 칠 일이다. 더구나 썩 유쾌하지 않은 일과 결부해 특정인의 동태를 가공, 얘깃거리로 만드는 세태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까지 안경계 일각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온갖 정항증거를 주렁주렁 달고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안경업계에 이러한 풍문이 만연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풍문은 그 집단이 건강하지 못할 때 더 확산되기 마련이다.

구성원들의 소속감이나 공감대가 부족할 때 헛소문은 기승을 부린다. 또 서로 소통보다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집단에서 다 큰 위력을 발휘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잘 되면 내 탓, 잘 안되면 네 탓’이라는 자기중심적 태도에 물들어 있는 집단일수록 헛소문은 비 온 뒤 버섯처럼 자라게 된다는 점이다.

같은 업계의 동업자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그를 언제 밟고 내가 성공할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구성원이 많은수록 그 집단은 건강할 수 없다. 앞서 예를 든 중국 장기체류 소문도 해당 인물에 대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크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안경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인사였으나 그만큼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을 가진 구성원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인 양 여기저기 말을 옮기는 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다. 우리 안경업계 종사자들은 다른 분야 관계자들보다 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렇다고 안경업계의 규모가 큰 것도 아니다. 엇 그제 A라는 곳에서 한 이야기는 하룻밤만에 B라는 지역까지 전달되는 게 안경업계다. 그만큼 좁은 테두리 안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한다면 누구든 포용하고 타 산업군보다 더 단단한 동료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와 반대의 모습만 보인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지만 단단하게 빗장을 지른 단단한 태도가 업계를 지배한다. 함께 발전하자는 상생의 마음보다 갑과 을의 주종관계를 맺지 않으면 적이라는 생각이 더 큰 것도 문제다. 어느 집단이나 크고 작은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황당한 풍문까지 곁들여 같은 업계 구성원을 공격하거나 비아냥대는 사례까지 이어지는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헛소문, 또는 풍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생각해 본 일이 있다. 한 지인이 첩보와 정보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첩보는 ‘무엇이 어떠어떠하다’라거나 ‘누가 어떤 일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깃거리에 불과하다.

반면 정보는 그런 얘기의 근거로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소상히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첩보에 현혹돼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쉽게 믿고 이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는 일은 무책임하다.

흔한 말로 ‘아니면 말고’ 식의 말을 여기저기 퍼트린 뒤 자신은 아무 책임 없다는 식으로 뒤를 빼는 일은 비겁하다. 또 그런 이들이 많은 집단일수록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안경업계를 잠식하고 있는 여러 풍문은 그래서 위험하다.

결론적으로 안경업계는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마치 정보처럼 믿고 이를 무책임하게 확산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책임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남의 입장에서 나를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한번쯤 내가 헛소문의 주인공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혹은 어떤 피해를 입게 될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를 확인해보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옮기기 전에 얘기의 주인공이 나라면 어떻게 될까를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안경업계의 잦은 풍문, 혹은 소문도 점차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길도 열릴지 모른다. 안경업계는 부문별로 여러 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리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듯하다. 같은 부문에서 일하는 구성원들끼리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짧은 시간을 내 주위 업계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추진해볼 생각이다. 그 자리에서 단순한 이야기 거리인 첩보 수준의 풍문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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