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명절, 영하 10도 맴돈 날씨에 맥 못춰

재래시장의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설 연휴를 전후한 이달 초 서울 남대문 시장 거리는 몇몇 중국 및 일본인 관광객들과 노인들만 지나쳤다.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흥정을 벌이는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의 특유의 생동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안경원을 비롯한 많은 가게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최대 명절을 끼고 북적이던 예년의 모습은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설 명절 대목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남대문 안경상가 관계자는 한숨 섞인 말을 털어놓았다.
남대문 시장 전체를 둘러봐도 특산물인 건강 상품, 김, 홍삼 등을 구입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 명절을 전후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안경뿐만 아니라 의류, 식료품 등 모든 품목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라고 남대문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12월과 1월은 안경원과 안경도매 유통사들은 1년중 가장 큰 비수기로 꼽는다. ‘설날’이라는 명절 특수를 일말이라도 기대했던 남대문 시장의 안경원과 유통사들의 맥이 한풀 꺾인 것이다.

남대문 반도광학 서울 대리점 박창영 부장은 “이제 설 명절이라고 해서 남대문에서 특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며 “음식이나 설빔처럼 식자재, 의류, 신발 등은 일부라도 명절 대목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안경 판매 매출 상승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남대문에서 자리하고 있는 안경원들도 옛날처럼 일부러 안경을 하러 온 손님들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시장에 손님들이 넘쳐나지는 못해도 평소 휴일 정도의 손님이라도 명절 목전에 오길 바랐으나 소용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유래 없는 한파의 영향도 남대문 시장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는데 일조했다. 전통적 비수기인 겨울시즌에 매일같이 영하 10도 이상으로 내려간 날씨가 재래시장 분위기를 바닥까지 주저앉혔다.

남대문에서 안경원과 도매업체들이 붙어 있는 비전상가 관계자는 “불경기이지만 그래도 설 특수를 어느 정도 기대를 해봤지만 보름 이상 지속된 영하권 한파로 밖에 걸어다니는 사람찾아 보기가 힘들었다”며 “상가 내에 있는 업체 직원들끼리 잡담하고, 간간이 오는 전화주문이나 받는 정도라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경업계 관계자들은 “호황기 때 하루에 수십만 명이 찾던 남대문 시장의 명성은 이미 퇴색했다”며 “저렴하게 안경을 하려면 남대문으로 가야한다는 공식이 깨진지 오래다”고 말했다.

그동안 설 명절은 주로 2월 하순경에 돌아와 날씨도 풀리고, 새 학기가 코앞이라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쉽게 열렸다. 하지만 올해 설날은 비수기에 한파, 설날 이후 결제 등으로 인해 업체들은 이중고를 겪었다.

해마다 명절 때면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남대문 재래시장.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영하권 날씨 여파로 명절특수마저 사라지면서 안경인들의 겨울이 더욱 폭폭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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