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콘택트렌즈제조협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대표들의 모임으로 내수시장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이를 위한 정책 수립 등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이날 정기총회에 마련된 자리는 약 30여석 정도였으나 참여 회원은 10명을 넘지 못했다. 거기다 일부는 대표를 대리해 임직원이 전달 사항만 메모한 뒤 돌아가기도 했다. 결국 이날 진행키로 했던 임원 선출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한 참석자의 발언 한 대목이 잊혀지지 않았다. ‘수출할 물량도 모자란 판국에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은 세워서 뭐하냐’는 푸념 섞인 발언이었다.

그의 말은 국내 40여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가운데 상당수 소규모 업체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우리나라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컬러·미용렌즈를 주력상품으로 전량 수출에 의존한다.

수출은 해외 바이어만 상대하기 때문에 유통의 부담도 없고 결제도 내수시장보다 좋은 편이다. 이보다 속편한 ‘장사’도 없다.

이런 마당에 굳이 당국의 정책적 지원을 얻어낸다고 몰려다니며 자칫 인·허가권자에게 미운털 박힐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고 이미 외국계 메이저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투자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아주 타당한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판단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외 시장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우리나라 콘택트렌즈만 우수하고 저렴하다고 평가할 가능성은 없다.

이미 일부 시장에서 우리나라 콘택트렌즈는 낮은 가격에 낮은 품질의 ‘싸구려’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일부 수출 업체간의 가격경쟁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만약 이런 상태가 앞으로 2~3년 동안 지속된다면 Made in korea의 자리를 Made in china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 다음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가 살아남을 길은 찾기 어려워진다. 내수시장에서도 국산 콘택트렌즈에 대한 평가는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 자금과 마케팅 능력이 외국계 콘택트렌즈 기업에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능단체가 필요하다. 개별업체가 할 수 없는 일을 각각의 힘을 모은 단체 이름으로는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앞서 지금 당장 나 혼자 잘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 판단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산업발전의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각 업체 CEO들의 판단과 실행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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