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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안경업계의 아이덴티티
2011년 04월 15일 (금) 09:59:30 한국안경신문 opticnews@webmasrer.co.kr

   
▲㈜루네티코리아 김소운 대표
최근 세계 IT시장의 지존으로 자리잡고, 아이폰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다. 상당 부품은 한국산이기도 하다.

미국 브랜드, 한국·일본부품, 중국 생산의 구조로 성공 방정식을 만들고 있다. 필자도 10년이 넘게 노트북, MP3, 휴대폰, 네트웍장비 등의 여러 애플제품을 사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이라는 사실 이전에 제품과 컨텐츠의 완성도에 감탄할 때가 많다.

삼성전자 및 현대차로 대표되는 한국브랜드 역시 해외에서 체감하는 브랜드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한때 미국영화에서 흑인 빈민층에서나 타는 차로 묘사되던 현대차에서 선보인 제네시스 모델이 재작년 미국에서 Ca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린 바 있다.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미국 평론가들은 현재 미국 자동차업계의 완성도로는 만들 수 없는 자동차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브랜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서 만들었는가는 둘째 문제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하고 완성도가 높을 때에는 원산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의 흐름이 아직도 안경업계에는 멀게 느껴진다.

지난 5년간 필자는 국내 진출을 준비하는 유럽 안경체인과 일본 생산업체 등을 장기간 컨설팅 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안경업계의 특수성에 대한 많은 고찰이 이루어졌는데, 이중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원산지에 대한 인식이다.

세계적으로 한국과 같이 원산지가 판매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 흔치 않다. 이 원인을 필자는 국내안경시장의 아이덴티티 부재에서 찾는다. 몇 년전 유럽대형체인의 실사단이 국내안경시장을 둘러본 후 “이렇게 많은 안경원이 모두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서유럽의 선두 안경체인들은 모두 자사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어떤 체인은 메디컬 컨셉 중심으로, 어떤 곳은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중심으로, 또 어떤 체인은 가공서비스 중심으로 그 특성화 전략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시장 역시 5대 체인업체들이 각 체인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엄청나게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제도적인 제한으로 이러한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 또는 유통업체들 역시 제품의 장기적인 아이덴티티를 추구하기 힘들고 그때 그때 시장에서 유행하는 단기상품에 치중하기 급급해진다.

예를들어 일본의 Z체인, J체인, M체인 등은 각각 수백개의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본사차원에서 모델당 수천에서 수만장에 이르는 특성화 모델을 직접 발주해 자체 매장을 통해서 소화한다.

이렇게 수주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게 되면 유통마진을 대폭 축소해 경쟁력 있는 생산와 소매가 가능해진다. 국내 일부 매장에서 시도하는 저가 균일가 판매방식과는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국내 현실에서는 이러한 수주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업체가 영유아 제품부터 노년층에 이르는 광범위한 고객층에 대한 수요를 선제적으로 예측하여 생산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로 인해 매우 큰 유통 리스크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리스크는 디자인 및 품질저하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에 제대로 투자할 여력이 없게 만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브랜드는 아이덴티티가 선명할수록 소비자에게 보다 강하게 어필될 수 있다. 유명브랜드를 포트폴리오별로 라이센싱하기 어려운 영세한 국내업계 현실에서 제한된 브랜드들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례로 익스트림 스포츠 브랜드를 라이센싱해서 보석 박힌 부인테를 만든다고 하면 이를 소비자가 브랜드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어설픈 컨셉의 유사한 제품이 과잉되다보니, 매장에서 브랜드로 어필되기 보다는 일본산, 중국산 또는 한국산과 같이 손쉽게 설명이 되는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판매가 되는 실정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로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제품력과 마케팅력을 갖추는 것이 궁극적인 솔루션이다. 필자는 지난 20년간의 수입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카테고리 킬러 브랜드를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출시와 동시에 해외시장에 국내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자체브랜드로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과거에 수입하던 제품보다 훨씬 더 높은 제품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이다. 여러나라의 안경테 개발진들과 일을 해봤지만 국내기술진의 기술력과 열정은 가히 세계최고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종종 단순히 국산이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현실에 묵묵히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국내기술진들이 좌절하곤 한다. 앞으로 국내생산업체와 소매매장이 모두 각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보다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한 세일즈가 자리잡는 선순환 구조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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