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는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국어의 4가지 과정이다. 여기서 읽기는 나머지 3가지 과정의 기초가 된다. 남의 글을 읽고 그 정확한 뜻을 이해하면서 어휘력을 배운다. 또 문장구성의 원리와 의사전달 방법도 낱낱이 깨우칠 수 있다.

더 성장하면 여러 책을 통해 생각을 키우고 가치관을 세우게 된다. 독서는 그래서 어떤 활동보다 가치 있는 학습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독서를 가장 강조했던 시기는 유학을 건국 이념으로 했던 조선왕조였다. 유학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면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평가인 과거제도로 관리를 등용했고, ‘서권기문자향(書券氣文字香)’이 양반의 최고 덕목이 됐다.

여기서 말하는 ‘서권기’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개인자질의 척도가 된다. 신문기자로서 독서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이상주 씨가 지은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은 조선 사대부가의 독서에 대한 가풍을 소개하는 글이다.

송시열과 윤선도, 정약용 등 조선의 대표적인 인물이 남긴 독서 관련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지은이는 조선명문가 대부분이 호당(독서당=사가독서) 출신이라는 점을 지목한다. 호당은 임금이 문과 출신의 젊은 인재에게 휴가를 줘 특별히 독서를 하게 하는 제도다.

조선이 독서를 제1의 덕목으로 보았던 왕조였기에 임금이 초임 관리에게 특별휴가까지 주며 장려한 것이다. 옛 선비들의 독서법은 사실 미련한 면도 많았다. 한 번 읽어 이해하지 못하는 경전도 100번, 1000번을 거듭 읽으면 어느 순간 크게 깨우친다는 일화는 흔한 얘기다. 이 책에도 그런 대목이 있다.

김득신은 둔재에서 조선의 시인이자 문장가가 된 인물이다. 하루는 그가 말잡이 하인과 함께 어느 집을 지나치다가 책 읽는 소리를 들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들은 김득신은 하인에게 “익숙한 글인데 어떤 글인지 생각이 안 나는 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하인은 “나리가 평생 매일 읽은 것으로 저도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김득신은 한참 후에 자신이 1억1만3000 번 읽었던 ‘백이전’임을 알았다. 이처럼 김득신은 천재 집안의 둔재였다. 하지만 아버지 김치의 교육은 남달랐다. 명석하지 못한 두뇌를 나무라기보다는 기다리고 독서를 통한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결국 김득신은 59살에 문과에 급제하고 당대 최고 시인이자 문장가로 등극한다.

<이상주 지음. 다음생각 刊 338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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