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치열한 마감을 끝내고 나서 맞는 꿀맛 같은 휴일. 방구석에 콕 박혀 책만 읽겠다고 굳게 다짐했건만 지인이 콘택트렌즈를 바꿔야하니 꼭 함께 갔으면 좋겠다며 나를 어르고 달랬다. 하릴없이 동네 마실 나가는 듯한 복장으로 주섬주섬 챙겨 입고 약속 장소에서 지인을 만났다.

잘 아는 안경원이 있냐고 물어보기에 ‘근방에는 딱히 없다’고 잘라 말하던 나에게 지인은 씁쓸한 미소를 던지며 근처 가까운 안경원으로 홀랑(?) 들어갔다.(사실 두어군데 알고 지낸 곳이 있었지만 민폐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안경원이었음에도 꽤 많은 손님들이 자신이 구매해야 할 제품에 대해 살펴보고 있었다. 게다가 안경사들과 문답이 오가다 보니 매장 안은 꽤 시끌벅적했다.

이윽고 우리에게도 안경사 한 분이 오셨다. 그런데 첫 인사는 고사하고 대뜸 한다는 소리가 “뭐 보시게요?”였다. “콘택트렌즈 맞추려고요” 지인이 워낙 쑥스러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 ‘개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자마자 “크게 좀 말씀하세요. 하나도 안 들리잖습니까. 뭐 맞추신다고요?”라며 신경질적인 말투로 응대했다. 게다가 동네 마실 나온 포스의 기자를 안경렌즈 사이를 통해 위 아래로 훑어보는 안경사분의 눈빛이 적잖이 난감했고 또 부담스러웠다.

지인은 자신이 사용하던 렌즈명과 함께 또박또박 다시 한 번 “콘택트렌즈요” 라고 답했으나 “그건 없어요. 이거 한 번 써보세요”라는 무성의한 대답만 돌아왔다. 이제는 난감, 부담 대신 슬슬 화가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보자’는 심보로 지켜보는 찰나, “아! 이것 참…” 장탄식 소리가 안경사분의 입을 통해 또렷이 내 귀에 전달 된 것이다. 이유인 즉슨 추천해 준 렌즈를 착용했으나 지인의 눈에 “껄끄러움과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져 맞지 않아 다른 곳에 가보겠다”는 말 때문이었던 것.

결국 꾸물꾸물한 기분으로 지인과 함께 인근 다른 안경원을 찾았고, 문을 들어서자마자 한 안경사분이 지인과 동네마실 복장을 한 기자에게 웃음 띤 친절한 인사와 함께 건네준 ‘비타XX’는 전 안경원에서 있었던 씁쓸한 기분을 묵혔던 체증 내려가듯 ‘쑤우욱’ 사라지게 했다.

전국 4만 안경사분들 가운데 이런 분들은 분명 극소수에 불과 할 것임을 알고 있다. 어떠한 상황, 어떠한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도 ‘친절과 미소, 배려’를 통한 고객 응대는 가장 원초적으로 지켜야 할 안경사들의 ‘암묵적인 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초심을 잃은 행동 한 번으로 인해 모든 안경사들의 이미지가 손톱 깎이듯 ‘또각또각’ 깎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담이지만 앞으로는 안경원을 방문할 때는 취재 때처럼 필히 정장을 착용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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