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건전한 유통이 미래다!

안경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후진적 결제시스템 문제. 현장에서 만난 많은 안경 업체 관계자들은 미수금이 많다고 하소연을 한다. 구매한 제품에 대한 익월 결제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웃 일본만 해도 결제가 잘 이뤄진다고 한다. 안경원에서는 필요한 제품만 구입하고, 결제는 바로바로 완불하는 시스템이 정착했다. 일본 안경원에 가면 초라함을 느낀다. 브랜드도 다양하지 않고, 제품도 많지 않다. 이것은 안경원 입장에서 필요한 제품만 구입하고 완불하면서 안경원에 진열하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안경계 뿌리 깊은 관행 위탁 영업

편의로 시작했던 영업, 이제 발목 잡아

“전국 안경원에 깔린 안경테만 10억원 정도 된다. 그래도 우리는 유동자금이 있기 때문에 버틴다. 일부는 수금을 하고, 새로운 제품을 안경원에 공급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시중에서 만난 국산 안경테 도매업체 대표의 말이다.

안경원에 깔아 논 제품에 대한 물품 대금을 100% 받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안경테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 업체는 세무서가 외상매출까지 과세 대상으로 잡고 탈루혐의로 고소, 곤욕을 치룬 곳도 있다.

안경업계의 뿌리 깊은 위탁판매와 외상매출에 의존하는 관행을 세무서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경업계의 후진적이고 고질적인 결제관행은 타 업종에서 볼 때 신기한 일이다.

타 업종 관계자들은 안경계와 같은 유통관행을 따를 경우 제조사와 유통사는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유명 글로벌 브랜드 수입사의 경우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소규모 안경업체는 영업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반감되는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악재로 작용하는 결제 시스템

유동성 약화와 비효율 재고관리 낳아

현재와 같은 안경업계의 결제시스템은 다음 두 가지 악재로 작용한다.

첫째는 업계 전체의 유동성 악화, 즉 돈맥경화(?) 현상이다.

안경테와 같은 현물은 지속적으로 쌓이는데 이를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해 들어간 자금 회수가 제 때 이루어지지 않아 당장 필요한 현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관련업체들의 경영손실은 물론, 업계 전체가 부실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심각할 경우 업체들이 도미노처럼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 흐름이 막힌 유동성 악화는 또 업계 발전에 필수적인 신기술과 신소재 개발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 각 업체의 R&D 투자 여력을 좀먹는다.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는 가운데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미 협정타결에 성공한 한-EU FTA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제조유통업체는 벼랑에 몰릴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는 비효율적 재고관리에 따른 과잉생산공급 문제다.

제 때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위탁판매 관행에 따라 제조유통업체는 필요 이상의 제품을 전국 안경원에 공급하게 되고 수많은 안경원의 재고파악도 어렵게 된다.

또 공급 물량 가운데 일부만 판매되는 만큼, 안경원 진열대에 얼마만큼의 재고가 깔려있는지를 파악하는 일도 어렵다.

결국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때도 적정한 수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산정, 결국 과잉생산을 되풀이 하게 된다.

수요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만들게 되면 결국 고질적인 재고부담으로 이어지고 무분별한 할인행사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안경 제품 가격 하락 불러와

안경계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원인 제공

결국 안경제품의 가격 하락을 불러오면서 국민들의 안경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의 원인이 된다.

적지 않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잘못된 결제관행이 바로잡히지 않는 데는 공급자인 제조유통업체들과 수요자인 안경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안경사는 안경사대로 제조유통업체의 주먹구구식 판매행위를 비판하게 되고 제조사는 당연하다는 듯 위탁거래를 요구하는 안경사 탓을 하게된다.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서로 비판하기 때문에 올바른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상은 양측 모두 편리함을 내세운 암묵적 동의 아래 지금과 같은 결제시스템 유지를 원하고 있다.

안경원으로서는 당장의 현찰 부담 없이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게 되고 제조유통업체는 일단 서류상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관행은 결국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혀왔다.

만약 타 업종과 같이 정상적인 결제시스템을 바탕으로 유통질서가 자리 잡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업계 발전이 가능했다는 추론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유통산업 선진화를 앞세워 안경업계 유통업에 손을 대려는 까닭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산업경쟁력 확대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식료품 마케팅 업계 홍보실에서 근무하다 안경계에 발을 딛은 모업체 과장은 “건강하고 투명한 결제시스템을 갖춘 안경 유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며 “공급자와 수요자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금씩 양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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