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경신문 정현모 편집인

지난주 ‘볼라벤’과 ‘덴빈'이라는 강력한 태풍 2개가 한반도를 강타해 전국이 신음을 앓고 있다. 태풍이 쓸고 간지 한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피해로 곳곳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태풍과 같은 외부 환경에 안경계 역시 바람잘 날이 없다. 매년 안경업계는 외부세력에 의한 ‘안경계 흔들기’에 시달려 왔다. 그 중심에는 외부세력의 기득권과 이익이 있다.

안경사 면허는 취득을 하면 평생 자격이 보장된다. 전문직인 의사나 변호사처럼 큰 범법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자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안경사는 국가로부터 이같은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로서의 특권을 부여받았다. 만약 안경사가 아닌 누군가 타인의 시력을 측정하고 안경을 조제·가공한다면 그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바로 ‘전문직’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최근 안경사들이 외치는 ‘업권 보호’나 ‘회원권익 보호’ 구호가 여느때보다 크게 들린다. 국가면허 소지자인 안경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영리가 동반되는 업무)를 제한하는 세력 때문이다.

안과 의사와 안경사의 애매한 업무영역으로 인해 역대 대한안경사협회장들은 안과의사 단체에 통과의례처럼 고소고발 당해왔다. 현 이정배 협회장 역시 안과 의사들로부터 안경사의 ‘콘택트렌즈’ 취급 건으로 인해 고소고발 당해 지난 5월에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다.

이처럼 안과의사회 등 상대편 이해당사자는 가끔 한 번씩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같은 일을 되풀이 한다.

최근에 불거진 컬러 콘택트렌즈 사건 역시 외부세력에 의한 안경업계 흔들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미용 컬러 콘택트렌즈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전문 제조기업 뿐만 아니라 체인점들 역시 신제품을 쏟아 내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안경업계로서는 건전한 경쟁을 통한 파이 키우기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달 21일 공중파의 저가렌즈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부적절한 취재를 통한 안경계 흔들기로 보여진다.

짜 맞추기식 취재와 보도, 결국 저가 서클렌즈 부작용과 관련한 방송으로 인해 식약청의 ‘불량 서클렌즈’전면조사 착수로까지 이어졌다.

경기 불황의 시기에도 각광을 받는 아이템으로 안경업계 ‘먹거리' 역할을 하고 있는 미용 컬러렌즈. 아름다움과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서클렌즈 등의 미용렌즈는 콘택트렌즈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큰 폭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저가렌즈 부작용이 방송에 나가면서 미용렌즈 전체 시장은 꽃이 피어 보기도 전에 지게 생겼다.

물론 일부 업체가 눈앞의 이익과 이기심을 앞세워 가짜 상품과 저가상품을 시장에 유통시킬 수도 있다. 이런 일부 업체들 때문에 언론에 안경업계가 주목되고, 선의의 업체와 안경사가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게된다. 이는 신뢰감 형성에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

우리는 누구인가.

국민들의 시력보호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전문가다. 이제 안경사로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정책으로서 안경사 업무보장을 더욱 강력히 말해야 한다.

안경사들이 ‘업권’을 외치는 사유가 국민의 눈 건강 보호와 가장 편리한 시력보장이라면, 또 해당 사안이 의료에 관한 법률 등과 상충하지 않는다면 ‘업권’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앞세워야 한다.

누구나 집 근처 안경원에서 검안을 받고 적절한 안경, 콘택트렌즈를 맞출 수 있음에도 안과 병·의원에 먼저 가도록 강제한다면, 그것은 국민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안경사들은 이러한 얘기를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아닌, 시력보호와 교정은 가까운 안경원에서 충분히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콘택트렌즈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는 안경사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국민의 공감대를 먼저 확보한다면 정부의 정책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것이다.

최근 대한안경사협회 이정배 협회장과의 통화에서 “고소고발, 콘택트렌즈 부작용 여론몰이 등의 행태를 보면 이익 단체가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안경업계를 들쑤시고 있는 외부세력과 이해 당사자들이 코너에 몰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흔들릴 필요가 없다. 일선 안경사들은 콘택트렌즈 판매에 따른 고객설명에 더 신경 쓰는 등 국민의 눈 건강을 지키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면 된다. 무쏘의 뿔처럼 묵묵히 당당히 걸어갈 때 태풍이나 부조리한 외부 세력의 술수와 음해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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