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기술격차, 따라잡은 중국 안경생산 경쟁력

‘신규 아이템’ 연구개발과 제품 차별화 힘써야

지난 2월18일부터 20일까지 중국 상하이의 국제전시회장에서 개최된 제14회 상하이국제광학전시회(14th Shanghai International Optics Fair, 이하 SIOF). 국내 안경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행사였다. 이에 본지는 이번 SIOF의 현장취재를 바탕으로, 중국 안경산업의 성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이것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봤다.

“이제 중국산 제품들도 우리나라 금방 따라 잡겠는데…”, “중국 안경업체들의 기술력을 폄하하고 무시하던 시절은 다 갔다.”
해외 국제광학전을 다녀온 안경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이 우리나라의 각종 기술력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또 중국과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우리나라 8대 수출 주력상품의 기술경쟁력이 평균 3.9년이면 중국에 따라 잡힐 것이라는 걱정스런 소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경련이 경제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반도체와 자동차는 4.8년, 선박, 화학, 철강 등 나머지는 4년 미만의 차이밖에 없다고 밝혔다. 각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최근 경제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바는 아니지만 기술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다.
특히 안경용품은 기술력이 좁혀지는 속도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이 적어도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에서 만큼은 한국 기업을 완전히 따라잡은 것이다. 

중국산 뿔테 프레임 한국보다 나아
가격에서 밀리고, 품질은 막상막하

이번 상하이 국제 박람회에 참관단으로 참석한 덮경(클립) 제조업체 썬가드광학 김종찬 대표는 “이번 전시회 참관을 통해 냉정하게 중국 제품을 평가하자면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는 중국산 프레임 중 한국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퀄리티를 지니고 있는 제품을 많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어 결국 한국 안경용품이 선진국에는 품질로 후진국에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경계성 예고는 이미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바, 세계 시장도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산의 급속한 기술력 상승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명품 아이웨어 제조유통 기업들이 생산기지로 중국을 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제는 중국이 단순 안경용품 생산기지에서 세계적인 시장으로 발전하면서 해외 바이어와 자국 국민들 수준에 맞게끔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샌드위치 우려가 예년부터 제기돼 왔지만 그동안 국내 안경기업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으로 TR 뿔테를 수출하는 업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뿔테 중 그나마 수출시장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TR뿔테와 울템 소재의 뿔테였다. 하지만 원산지 마킹이 없으면 뿔테와 메탈 프레임 할 것 없이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중국 제품 퀄리티가 좋아졌다”며 “중국산 TR 뿔테의 경우 마감과 컬러 운용 역시 좋아져 그동안 우위를 보였던 국산 뿔테 안경테 수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산이 기술과 품질의 우위 때문에 그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중국산이 품질위주를 외치면 따라오는 속도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두려울 정도다.

TR·울템 뿔테 제조 기술력 한국산 동급
중국 시장 크지만, 세계 브랜드 다 모여 치열

중국 상하이 광학전 현장에서 만난 대구지역 안경제조 업체 ‘시선’의 장지문 회장은 “중국에서 한국 안경 기업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적응을 잘 못하는 느낌까지도 든다”며 “중국 시장이 크지만 전 세계의 모든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만큼 중국시장내 자체 경쟁이 한국보다 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지션이 확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가 브랜드의 제품이던지, 저가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이나 퀄리티가 애매한 수준의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국산 제품 반열에 올라온 중국산 제품의 기술력. 국내 안경용품들이 샌드위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안경용품 연구개발(R&D) 투자가 획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또 국산 제품의 기술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업이 스스로 앞장 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소재 디자인 차별화가 정답
브랜딩·한류 마케팅 적절히 활용해야

개별 안경업체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런 기업들의 노력이 집단으로 결실을 맺을 때 비로소 국산 안경 제품의 기술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위주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이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는 모든 게 불가능해졌다. 민간기업의 일차적 노력이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경테 신소재와 디자인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여기에 현재 중국내 k-pop과 한류 스타를 이용한 스타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이제 미래의 기술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는 절실하다. 정부와 안경관련 기관은 기업의 기술개발 등 각종 투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관련 인력의 집중 육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면 더욱 그렇다는 분석이다.
이번 상하이 국제 안경전시회는 중국 안경산업의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향후에도 국제 전시회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중국은 안경산업이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지역 각 성의 안경협회와 대형프랜차이즈, 학계가 힘을 모아 시장의 크기를 더 키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SIOF는 성장하는 중국 안경산업을 증명하는 값진 기회였다. 전시 참가 업체의 숫자와 전시품의 수준 등 종합적인 평가에서 조직위의 ‘성공적인 전시회’라는 자화자찬을 넘어, 중국 최대(最大)·최고(最高)의 광학전이었다.
다만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안경업계에 비해 이제 가격은 물론이요, 디자인과 퀄리티에서도 더 이상 한국이 상대적 우월감을 가질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참관한 국내 안경인들을 씁쓸하게 했다.
SIOF를 둘러본 국내 한 아이웨어 업체의 대표는 “이제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이미 진부한 주제일 것”이라며 “그들에 비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국내 안경인 모두는 진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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