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클릭 C/L 케이스·세척기 모방

“중국 전시회에서 제품 홍보도 하고 계약도 따면 좋죠. 근데 계약이 성사 안됐을 경우 우리 제품 카피본만 엄청 늘어나요. 확실하지 않으면 중국은 안 가는 게 나아요.”
중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질문하자 한 업체 담당자의 대답이다.
중국 안경업계는 ‘물건장사가 아니라 사람장사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계약건만 잘 따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런 메리트 때문에 중국 진출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성과가 시원찮은 경우 오히려 카피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한 셈이 된다. 이로 인해 싼 값, 현지 물량 제공 등의 이점에 뺏겨 제대로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콘택트렌즈 부대용품 제조·유통업체인 렌즈클릭도 중국의 카피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 렌즈클릭은 국내에서 콘택트렌즈 케이스 및 세척기에 한해 캐니멀의 독자적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캐니멀’ 캐릭터로 콘택트렌즈와 관련된 제품은 출시가 불가하다. 이에 따라 렌즈 케이스, 세척기 등은 렌즈클릭에서 제조되는 디자인이 전부다. 렌즈클릭 이윤기 대표가 중국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참가한 후 ‘짝퉁 캐니멀’이 중국시장에 급속도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짝퉁 제품을 받아 본 이윤기 대표도 ‘우리 회사 제품이 아닌가’라고 착각할 정도로 거의 비슷하게 제작됐다.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고 한다. 기능에서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겉으로 볼 때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윤기 대표는 “허무했죠. 몇 년을 디자인 고생하면서 만든 제품인데 중국에서는 이걸 단 며칠, 몇 주 만에 그대로 카피해버리니… 의욕도 사라졌어요”라고 털어놨다.
법적 논쟁을 펼치고 있지만 승소확률이 불투명하다. 승소한다고 해도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을 다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벌써 안경원이 모여 있는 밀집지역에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했기 때문. 카피 제품의 진짜 문제는 디자인 침해보다도 아예 중국 진출을 못하게 막는다는 것이다.
현지인이 만들었다는 것, 가격이 수입품(국내 제작 제품)보다 50% 이상 저렴하다는 것, 제품 공급이 쉽다는 것 등의 이점 때문에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라도 중국 내에서 환대 받기란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업체는 비단 렌즈클릭뿐만이 아니다. 콘택트렌즈 전문 브랜드의 한 관계자도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어설픈 준비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관계자는 “9월에 열리는 북경 전시회도 참관만 했다. 브랜드 로고 이미지부터 전체적인 콘셉트까지 그대로 카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1억을 벌던, 10억을 벌던 그 돈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도 어렵다”며 또 다른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처럼 ‘블루오션’이라고 불리는 중국시장도 사실 부정적인 이면이 많다. 철저한 준비로 수출 대열에 합류해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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