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채널 다각화로 안경원엔 먹구름, 안경사 ‘알 갈이사’로 전락하나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요즘 안경업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안경업계에 안경 제품과 브랜드는 풍성해졌지만, 안경원은 여전히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으니 말이다. 제조, 도소매로 이어지는 안경 유통환경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는데, 안경원이 따라가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혹자는 안경업계의 유통 구조의 모순을 해결해야만 이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본지는 역성장하고 있는 안경업계를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우리 경제의 ‘돈맥경화’가 국내 안경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년 중 가장 성수기 시기로 꼽히는 6월에도 일선 안경원들은 매출 하락세에 신음을 하고 있다.
매해마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안경원 매출 하락에 안경업계 관계자들은 비단 경기탓만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안경 관련 품목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도매업체, 소비자를 만나는 안경원이 삼위일체가 돼야 함에도 서로 각각 ‘동상이몽’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경원은 안경관련 모든 제품은 안경원을 통해서만 유통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요구한 반면, 도매·제조업체의 경우 이제 안경원만 믿고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자체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 공산품인 제품을 안경원이 아닌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겠다는 이해관계가 충돌해 현재 안경원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야기다.
현재 저가 안경테는 다이소몰, 유니클로, 각종 인터넷몰, 의류점, 팬시점, 심지어 재래시장까지 판매가 확산중이다. 고가 안경테는 대형유통사의 직판 매장과 허가가 확대될 예정인 면세점, 인터넷몰 등 최근 걷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되자 (사)대한안경사협회와 각 지부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이다. 최근 서울지부는 시장유통 환경이 척박해지자 즉각 자체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최근 안경원의 공급과잉에 따른 자체적 경쟁도 벅찬 현실인데,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는 안경테를 외부에서 구입해 안경원에서는 안경렌즈만 구입하는 고객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안경업계에 심각한 위기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김종석 서울지부장은 “국가가 인증발급한 안경사 면허에는 안경사들의 고유 업무이자 최고급의 기술적 가치인 시력검사와 조제가공, 피팅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싸구려 렌즈 한벌 판매하는데 무상으로 제공하는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불황에 렌즈 하나 팔기 위한 욕심으로 이를 그대로 계속 수용 방치한다면 소비자는 이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조성된다. 안경원의 안경테 매출은 급속한 역성장의 사태로 인해 업계는 머지 않는 시간안에 공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안경원을 살리는 유통구조의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안경테의 의료기기화’다. 그러나 안경테 제조업체와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해 제도화 시키기에 쉽지 않는 일이며, 상호협의가 필요해 긴 시간이 요구된다.
현재 대안협과 각 지부들은 자체적으로 규약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경원이 아닌 곳에서 구매한 안경테는 진품·가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또한 품질에 대해서도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경원이 아닌 곳에서 구매한 안경테와 선글라스는 기술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알리고 있다. 현재 대구지부의 경우, 안경 A/S 가격 기준 및 부대용품 금액을 고시해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있다. 제주지부 역시 안경원에서 구입하지 않는 안경테와 선글라스는 렌즈 값 외 별도의 기술료가 추가됨을 알리고 있다.
안경사 단체는 안경사 모두 일치단결해 소비자 의식 바꾸기에 동참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과거 안경사 업권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할 때 소수의 비협조로 정착시키지 못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 일치단결해 주길 바라고 있다.
김종석 서울지부장은 “향후 추후 세부안이 확정되어 실행코자 할 때 단 한분의 이탈됨이 없이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우리가 안경렌즈만 파는 반쪽 안경사가 되지 않기를 강력히 요청드린다”며 “서울지부는 더 확산됨을 최소한이라도 막고 우리의 업권을 수호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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