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재고 땡처리 소문에 민심 ‘흉흉’… 상생모델 구축이 중요
하우스업체나 유통사들이 공장에 생산을 의뢰한 후 경영난을 이유로 물건을 찾아가지 않거나, 일방적인 발주 취소 및 연락 두절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아름아름 알려지면서 안경사들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대량의 물량이 안경업계가 아닌 외부의 유통업체로 흘러들어갈 경우 극심한 시장교란으로 안경업계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을 정도다.
일단 이런 안경사들의 우려에 대구 제조사 관계자들은 현실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위기다.
발주 취소 및 추가 주문량에 대해 결재를 미루고 물건을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증가해 공장들의 재고가 쌓여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OEM이나 브랜드 제품들의 경우 공장 임의로 처리하기 어려울 뿐만아니라 설령 시도한다 해도 마킹 제거 및 재포장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대구 모 제조사 관계자는 “부도나 그에 상응한 경영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업계에서 평판이 있기 때문에 설령 땡처리를 하더라도 외부업계로 제품이 나갈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얼마전 대구 일부 제조사들이 직접 소비자 판매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비슷한 시각을 드러낸 후 “그러나 홈쇼핑업체나 대형유통사들이 공장에 직접 생산을 발주해 판매에 나서는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공장들을 비판하는 안경사들의 시선을 잘 알고 있지만 공장의 입장에서 보면 안경원에 공급하는 것 보다는 마진율은 적더라도 대개 한 두 모델만 몇 만장 단위로 생산하면 되는 등 메리트가 상당해 포기하기 어렵다”며 “안경원도 선글라스 시장을 뺏기고 있어 많이 힘들겠지만 제조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안경원의 늑장 결재 및 오래된 제품의 반품 요구 등으로 인해 다른 쪽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곳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둘 다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패션업계나 유통업계 등의 프레임 시장 진출에 대해 안경사들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전략을 세워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글라스 유통사 관계자는 “안경원에서 선글라스가 잘 팔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싼 가격이다. 근처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가보면 알겠지만 웬만한 브랜드들은 안경원 도매가격이 소비자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최근 홈쇼핑에서 안경원 공급가가 4만원대 중반인 제품을 두 장에 7만9000원에 파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대로 제품 가격을 책정해서는 미래가 없다”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안경원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우선 판매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이런 소비패턴이 점점 굳어진다면 그 다음은 도수테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여기에 그는 “안경사분들 중에 단순하게 컬러나 디자인으로만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참으로 안타깝다. 소비자들은 전문지식이 없기에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안경사분들은 전문가다. 고객에게 비슷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라도 어떤 렌즈를 쓰고,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차이점을 분명히 알려 시장에 기준 이하의 제품이 많다는 점을 알리고, 동시에 기준이하의 제품이 시장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