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자리 놓고 양보없는 신경전 될 듯… 불황 속 리딩기업 독주 우려

바야흐로 사업계획서 작성 시즌이 돌아왔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주요 안경기업들은 올해 매출상황을 분석해 손익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신규사업 일정 및 예산 확정 등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매진하고 있다. 대다수의 안경기업들은 내년 경기가 불경기의 연속선상 위에 있으면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알려진 정국혼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가계 부채 위기 심화 등 여러 악재까지 더해져 시장상황이 올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다소 보수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특히 중견 기업들은 안경계 각 분야 주요 업체들 간 순위경쟁이 본격화됨으로써 전전긍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계속되는 불경기로 재정여력이 좋지 못한 중견업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틈타 각 분야 선두 업체들이 본격적인 사세확장에 나선다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잃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생존을 고민해야 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모 중견업체 렌즈 제조사 임원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불경기로 중소 및 영세기업들은 뭔가 해볼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본부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 외국계 기업들이나 선두기업들이 광폭행보를 예고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특히 내년에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한 마케팅이나 물량공세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많이 들리는데 헛소문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요 기업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고래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가 되지 않기 위한 해법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에 거점을 둔 모 C/L 제조사 임원도 “우리 회사의 내년 사업계획을 한 마디로 표현하지면 ‘정중동(靜中動)’이다.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신제품 론칭 같은 내년 핵심 사업 일정만 확정하고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의 경우 시장상황과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맞춤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생각하고 아무런 계획도 잡지 않은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글로벌 브랜드들처럼 텔레비전 광고부터 각종 이벤트 등 화려한 퍼포먼스는 선보일 수 없겠지만 틈새시장 개발과 안경사분들과 친밀감을 강화하는 노력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런 중견기업들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내년 사업계획 구상을 이미 끝낸 몇몇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이 공공연하게 경쟁사나 시장상황에 상관없이 독자행보를 묵묵히 이어나갈 거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모 글로벌 브랜드 임원은 “내년 시장상황에 대해 여러 곳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대체로 어둡게 보고 계신 분들이 많다. 글로벌 본사에서도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리먼 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 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을 사례로 들며 향후 한국경제가 상당기간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보내왔다”며 “그러나 우리는 업계 리딩기업으로서 경쟁기업들의 움직임에 개념치 않고 시장의 확대 및 활력 제공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생각이다. 안경사분들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는 물론 소비자들이 안경제품과 안경사 분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하는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을 맞아 일본의 앞선 경험을 공부하려는 업계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모 안경체인 관계자는 “최근 분야를 떠나 안경업계에서 우리 보다 장기불황을 먼저 겪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선제적으로 리스크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나라가 일시적 불경기가 아니라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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