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제자리 안경물가 설상가상으로 ‘폭탄할인’ 역주행

수 십년 동안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비해 미동도 하지 않아 안경인들의 가슴앓이를 하게한 ‘안경’ 단가가 최근에는 오히려 가격 역주행을 하고 있어 안경인들에게 충격파를 주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안경과 콘택트렌즈 가격은 소비자물가(CPI, 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에 비해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산업별 특성이나 같은 제품군이라고 해도 등급차이에 의한 가격차이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제품별 대략적인 가격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2015년 ‘100’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거의 모든 제품이 큰 폭의 가격상승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지난 10년간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나타난다.
탄산음료의 2016년 소비자물가지수는 ‘99.54’로 10년 전인 2006년 ‘54’보다 무려 두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자전거 역시 10년 전 물가지수가 ‘56’인데 반해 2016년에는 ‘99,57’로 두배 가량 뛰었다. 라면은 ‘76’에서 10년후 ‘99’로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올랐다. 반면 안경의 경우 2006년에는 ‘99.56’이며, 10년후인 2016년 역시 ‘99.97’로 확인됐으며, 콘택트렌즈는 2006년 ‘101.8’에서 2016년 ‘99.87’로 오히려 소폭 하락 했다.
2016년 말 통계청은 지난 6년간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품목으로 콘택트렌즈, 안경테 등을 지목한 바 있다. 통계청은 일부 품목의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이유로 △중국산 수입 △소비자와의 신뢰 형성 △부대품목 등의 영향을 들었다. 
실제 안경 가격에 대한 안경인들의 체감 역시 안경제품의 가격은 정체되고 있거나, 소폭 감소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경은 렌즈와 프레임이 결합해서 하나의 완성품이 되고, 소비자 가격은 안경사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있어 수치적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안경원의 평균 객단가가 매년 제자리    걸음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동안 가격이 대략 50% 정도 오른 다른 제품들에 비해 유독 안경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크다. 소비자 불신이 큰 이유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안경가격에 대한 언론과 외부의 비판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지만, 변동폭이 큰 안경 제품의 가격에서 찾았다.
‘소비 절벽’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패션 안경테와 선글라스 등은 패션숍과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서 손쉽게 구입하고 저가의 가격을 확인한다. 여기에 콘택트렌즈마저 폭탄 세일을 하면서 납득하기 힘든 할인 경쟁을 시작한 탓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안경원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고객들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아오고 있다.
서울 남대문과 타 지역에서 30년 이상 안경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남대문 B안경원 원장은 “안경테와 렌즈가 결합해서 하나의 상품이 완성되는 것이라 정확한 가격을 산출할 수 없지만 과거에 비해 객단가와 마진율이 대폭 감소한 것에 대해 다들 동의할 것”이라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나마 업계 분위기도 좋았고, 안경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후반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안경원의 숫자도 급증해 체감경기가 더욱 나빠졌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그 동안 정체 돼 있던 안경 단가가 오히려 하락해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유에 대해 안경업계는 ‘과다한 할인 경쟁’을 꼽고 있다. 그러나 할인 경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경제품 가격 단가 찾기 해법을 위해서는 안경은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선입관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격 논란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안경제품 가격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판매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안경렌즈 제조회사 관계자는 “안경테와 마찬가지로 안경렌즈도 쉽게 타사의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격규제는 물론, 제품 생산을 위한 모든 제반비용이 다 상승하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기 힘들다”며 “안경사들이 단합하지 않는 한 안경제품에 대한 가격논란은 끝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부천의 모 안경사는 “경기가 좋지 않아 고객들의 안경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특히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단번에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안경사들이 잘 알고 있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안경인들이 서로 힘을 모으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협회를 중심으로 안경제품 가격 지키기와 유통질서 확립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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