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을 국산으로 마킹만 변조해 백화점까지 확대 유통시켜

저가의 중국산 선글라스를 국내 유명 브랜드 선글라스로 둔갑시켜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대형 백화점에 유통시킨 일당이 지난 8일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중국 저가 선글라스를 국내 고가의 제품인 것처럼 브랜드명을 위조한 뒤 유명 백화점에 납품해 이득을 챙긴 혐의(대외무역법 위반)로 선글라스 제조업체 대표 박모씨와 직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본지가 올해 1월에 ‘made in china 마킹 바꿔 국산 둔갑, 꼼수에 철퇴 요구’ 관련 기사를 보도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원산지를 바꿔치기 해 유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중국산 안경테에 프린트 되어 있는 브랜드 명을 메틸알코올이 묻은 솜으로 닦아내 제거하고, 그 자리에 한국 유명 안경브랜드를 실크스크린 인쇄를 통해 새겨 넣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중국 제품은 개당 4000원~1만원이지만,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8만~10만 원 상당을 받고 팔아넘겨 10배에 달하는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로부터 국내 유명 선글라스 제품을 위탁받아 제조한 뒤 납품했던 까닭에 백화점 매장에서는 박모씨의 범행을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으며, 박 씨와 거래한 곳은 부산의 유명 백화점과 아울렛 등을 비롯해 서울과 대구 등 전국 10여 곳이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 씨는 지난 4월 여름을 앞두고 선글라스 수요가 점점 더 늘면서 더 많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이 같은 범행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중국산 안경 제품의 국산 둔갑에 대한 논란은 업계에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하지만 소량의 제조 물량 유통, 소비자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뤄져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적발 사례처럼 최근에는 국산 메이저 브랜드로 둔갑한 제품의 수량과 브랜드가 대폭 늘어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범행 소식을 접한 대구의 안경테 제조업체 대표는 터질게 터졌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구지역 일부 안경공장은 공장으로서 기능을 잃었다. 안경테 제조를 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 가져온 제품의 마킹 변조작업만 하고 있다”며 “made in china, 로고 등을 지우고, 타 브랜드를 칠해 바꿔치기를 하고 있다”고 작심하고 비판했다.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이유는 바로 원산지 표기에 대한 불법적인 행위에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안경인들은 입을 모았다. 한탕주의를 노린 안경 제조유통업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불구속 입건으로 끝난 이번 부산 사건처럼 제대로된 처벌 또한 이뤄지지 않아 원산지 둔갑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내 안경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그 동안 국산 선글라스와 안경테의 질적 성장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무려 20~30만원대에 육박했다. 중국산은 아무리 품질이 좋다고 해도 아직 20만원선에서 판매하기 힘들어 국산으로 바꿔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 제조유통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안경원이 아닌 백화점에서지만 선글라스 짝퉁 사건은 국내 안경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에 또 한번 큰 상처를 입히게 됐다. 이로써 우리 업계는 최악의 불경기에 가짜 제품이 난무하는 업계라는 불명예를 또 한번 안게 됐다.
(사)대한안경사협회와 (재)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은 불법을 저지르는 제조업체 적발과 조치, 어렵다면 사정기관을 동원해서라도 이들 업체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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