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개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윤리적 의무를 부여받는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윤리를 보편적 가치라고 바꿔 말하기도 한다. 윤리적 삶을 살아간다는 뜻은 보편적 가치를 실천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천은 때때로가 아닌 매순간을 요구하는데, 우리 각자가 몸담은 직업 역시 매순간의 연장선상에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네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로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은 안경사라는 직업을 ‘시력의 교정 및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과학적인 검사와 처방에 따라 시력보정용 안경 등을 조제, 가공하여 제공하는 전문직업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옐리네크의 말에 위의 규정을 포개면 안경사에게 주어진 ‘직업윤리의 최소한’은 더욱 명확해진다.
국내에 안경원 수가 포화상태에 이른지 이미 오래이다. 경쟁의 강도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안경원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가중되고 있다.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 방점이 찍혀있다. 한 방향은 프랜차이즈 가맹이고, 다른 한 방향은 대형화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보자면 이들의 선택지는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한 윤리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자본력을 동원한 ‘가격파괴’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의 전문성 향상에 우선해 대형화와 가격 경쟁 중심의 마켓 전략으로 ‘가격파괴’의 최전방에 가맹점을 배치하고 있다.
현재 ‘도덕의 최소한’을 외면한 안경사의 직업윤리는 위험수위를 넘어 공멸의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지난 28일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이를 확정하는 선포였다. 근로시간특례업종에서 안경업계가 제외되면서 약 2년 후에는 안경원도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7월부터 관련법이 적용되므로 변화를 시도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만약 그때까지 대책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안경업계는 감당하기 힘든 태풍 속에 휘말릴 수 있다. 임금 및 물가 상승분은 고스란히 종사자들의 몫이 될 것이며, 가격경쟁은 과열을 넘어서 안경사의 전문성조차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직업군에서 윤리가 요구되는 이유는 상생에 있다. 최근 몇몇 안경원들이 BOBVC( Best of Best vision center)라는 모임을 조직해 뜻을 나눌 동지들을 만나고 있다. ‘가격파괴’라는 근시안적 윤리에서 벗어나 검안 기술과 장비, 그리고 고객 서비스의 향상에 중점을 둔 안경사의 직업윤리를 새롭게 수립하기 위해서이다. BOBVC의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으나 업계의 바른 미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안경사들이 힘을 모아 ‘직업윤리의 최소한’을 시작할 수 있다면 다가올 미래의 위기가 상생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명동 아이닥 안경 김영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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