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매장 견제 수단으로 확산… 마땅한 해결책 없어

최근 강릉의 한 안경원이 기존 고객들에게 점포정리를 핑계로 세일이벤트를 알리는 홍보 문자를 발송해 안경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세일 문자를 지인이나 단골고객들을 통해 전해 받은 안경사들은 “이제 지역 안경시장은 끝났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 발송된 문자를 살펴보면 먼저 ‘그동안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신 고객님께 감사드립니다. 강릉최대 안경쇼핑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점포정리를 단행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안경테의 경우 최대 90% 세일(2018 신상품은 50~40%)을 진행하고, 선글라스도 같은 수준으로 할인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콘택트렌즈는 50~20% 할인(팩렌즈 30% 세일)하고 안경렌즈 역시 기존 가격 보다 절반 이하로 낮췄다. 해당 안경원은 문자 발송 이후 응대가 버거울 정도로 매장이 고객으로 북적이고 있지만, 이를 바라만 봐야 하는 다른 안경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전화통화에서 A 안경원 원장은 “기존 가격할인 광고가 있었지만 이번 문자발송은 믿기가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지역 안경시장 붕괴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가격을 한 번 경험한 고객들은 이제 제 가격을 주고 안경을 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치고 빠지는 식의 여러 가격경쟁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장기적으로 모든 안경원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고 탄식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이번 기행적인 가격할인이 지역 안경원 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인근 안경원과 감정싸움으로 번져 겉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B 안경원 안경사는 “예전에 다른 지역에서 인근에 오픈 한 안경원을 견제하기 위해 주변 안경원들이 폭탄세일을 진행해 결국 주변 안경시장 전체가 폭탄을 맞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우리 지역의 대형안경원들을 중심으로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지금 사건도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보이는데 자본력이 있는 대형안경원들이나 체인안경원들이 만일 맞대응에 나선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 이번 세일 문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안경사들도 많다”고 우려를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홍보 방법이 점점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다.
자율경쟁에 초점을 맞춘 현행법 상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는 주변 안경사들을 의식해 일정부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근래에는 이런 동료의식이 점점 약해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C 안경체인 임원은 “최근 매장 인테리어 리뉴얼로 불황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안경원들이 늘고 있는데, 한 2년 전부터 이를 계기로 폭탄 세일에 나서는 곳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경영적 측면에서는 자금을 운영하면서 재고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겠으나, 안경상품은 제품의 재구매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결국 손해다”며 “우리의 경우 체인의 특성상 한 가맹점만을 위해 가격정책을 바꾸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단은 협회에 실상을 알리고 일의 진행사항을 예의주시 할 예정이다. 가맹본부 차원에서 향후 대응책을 말하기에는 현재로서는 조금 이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그는 “예전에는 경쟁하는 가운데서도 서로 함께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점점 그런 동료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또한 개인적으로 어려울수록 서로 머리를 맞대서 함께 이겨나가려는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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