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착용불가 ‘아나운서’·‘승무원’ 등 금기 깬다

이제 안경을 착용한 여자 아나운서와 스튜어디어스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안경 착용 불가라는 불문율이 지배해 왔던 직업군에서 안경 착용 허용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제주항공이 객실 승무원 안경 착용과 네일 아트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이전까지 제주항공 객실승무원들은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안경이 파손됐을 때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단정한 용모를 강조하는 분위기 탓에 손톱 관리는 단색 매니큐어만 허용됐다.
제주항공은 최근 서비스규정을 변경해 기존에 없던 안경착용 허용을 추가하고 파손에 대비해 여분의 안경 혹은 콘택트렌즈를 소지하도록 했다. 손톱에 대한 규정도 명문화해 스쳤을 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과한 큐빅이나 스톤 아트를 제외한 모든 색의 네일아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제주항공의 서비스 규정 변경은 감정노동의 대표적인 직군 중 하나인 객실승무원이 느끼는 불편함을 덜어주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야간비행이나 눈이 충혈된 상태에서 억지로 콘택트렌즈를 끼고 비행에 나서는 객실승무원이 의외로 많다”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서 하는 객실서비스가 승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까지 안경을 착용한 여자 아나운서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 같은 관행 역시 점점 개선되는 모양이다.
지난달에 안경을 착용한 임현주 MBC 앵커가 공중파에서 뉴스를 진행해 이슈가 되고 화제가 됐다. 우리사회에 금기로 여겨졌던 안경 착용 직군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안경은 현대에 매우 보편화된 도구다. 그런데 그것을 쓰고 여성 앵커가 뉴스 진행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다. 그동안 여성이 안경을 끼고 방송을 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던 일이다. 이는 여자 아나운서의 잘 단장된 외모를 중요시하고 안경을 쓰는 것이 외모를 덜 꾸민 상태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임 아나운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매일 렌즈를 끼느라 인공눈물을 달고 살아 눈이 아팠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관행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라고 안경을 쓴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올린 글에서는 “안경을 착용하던 하지 않던 그것이 더 이상 특별하게 시선을 끌거나 낯설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임 아나운서와 제주항공이 안경을 내려놓음으로써 ‘구체제’에 작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런 작은 변화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긴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여성들이 건조한 눈에 인공눈물을 넣어가며 억지로 렌즈를 끼고 살아가는 관행은 조금 흔들리게 됐다. 우리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금기시하는 일들이 또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이들의 안경착용 소식을 접한 안경사들 해당 기사를 안경사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해당 항공사와 아나운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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