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리면 또다른 대기업 진출”우려… 자본 유입 업계 활성화 기대도

국내 안경인들의 우려중 하나가 바로 대기업의 안경업계의 진출이다. 안경 품목의 대부분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속하다 보니, 대기업의 거대 자본이 안경업계를 잠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수년째 이어지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안경업계가 돈맥경화의 현실에서 대기업 자본의 유입으로 경기 흐름이 완화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대부분 자본이 안경업계를 집어 삼킬거라는 걱정 때문에 여전히 대기업의 안경업계 진출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최근 이런 안경인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계열사이며, 국내 유통산업의 최정점에 있는 롯데백화점이 올해 새롭게 PB 안경을 출시, 앞으로 상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라는 발표는 안경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롯데측은 PB 안경이 백화점뿐만 아니라 면세점과 전국 50개 유명 안경원에도 유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시력 교정 목적이었던 안경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수요가 다양해짐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PB안경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글라스에 국한된 롯데 PB 브랜드 ‘뷰’는 론칭 첫 해인 2018년 목표 100%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올해에는 그 영역을 안경으로 까지 확대해 토탈 아이웨어 브랜드로 운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PB 뷰의 안경 스타일 수는 총 15가지로 동양인의 얼굴 형태에 잘 맞는 형태로 개발됐다.
현재 뷰의 안경 및 선글라스 전 제품은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다른 하우스(국내) 브랜드와는 차별화를 두고 100% 국내 대구 지역 생산으로 국내 안경 산업의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기성 브랜드의 80~90% 수준인 10만원 후반에서 20만원 초반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젊은 감성을 더하기 위해 PB 최초로 현업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본점, 잠실, 수원점의 3개 매장을 오픈한 PB 뷰는 올해 14개 매장을 추가 오픈해 총 17개 매장이 운영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광복점 △울산점 △전주점 △광주점 △인천터미널점 그리고 면세점에 입점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중국, 홍콩으로의 수출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롯데의 움직임에 안경인들은 경계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서울 모 안경사는 “과연 PB 안경 출시가 롯데로만 끝날 것인지 의문이다. 앞으로 유통업을 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다 뛰어들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이제 영세 안경 도매업체들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도 들렸다. 대구지역 모 안경테 업체 관계자는 “이제 우리 안경계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게 문턱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 안경산업 발전을 가로 막는 빗장이 열려야 안경계 덩치가 커질 수 있다. 그 동안 너무 폐쇄적으로 진입 장벽을 높여온 것은 아닌지  불만스럽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기를 맞고 있는 안경원 및 안경 제조도매 유통사 관계자들은 이제 안경산업의 구조가 바뀌어야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
일선 안경원의 매출이 급감함에 따라 돈맥경화에 시달리는 안경인들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수 십년째 안경 시장자체가 정체, 성장하지 않는 이유를 무리한 ‘업권보호’에서 찾고 있었다.
그 동안 안경 산업의 축이 되고 있는 안경렌즈와 안경테 분야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아왔다. 이제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자 경제력이 있는 기업이나 개인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것보다 자율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안경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셈이다.
모 수입유통사 임원은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의 안경산업 진출은 일장일단이 있다”며 “상품에 대한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에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기술 및 디자인 개발, 설비투자는 등한시하고 중소업체를 하청 기지화시켜 유통에만 관심을 둘 경우 지금까지 일궈온 국내 안경산업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기업이 진출하는 상황이라면 근본적으로 기술개발, 설비투자 등 인프라에 먼저 투자하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의 PB안경 출시가 안경업계의 집어 삼킬 쓰나미가 될 것인지,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 추이가 주목된다. 이제 안경 제조도매 유통사들은 주먹구구식의 경험에 의한 경영을 넘어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 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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