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의료보험 적용’ 먼저 선행되어야

최근 저시력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애 판정 기준 개정이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7월 2일부터 정부가 31년 만에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해 복지사각지대에 있었던, 특히 낮은 등급의 장애인들이 좀 더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저시력자들은 시각장애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론이다.
이러한 논의의 근거로는 국제 기준보다 국내 시각장애인 기준이 현저히 높다는 데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판정기준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범위를 저시력(Low Vision) 환자부터 실명(Complete Blindness)환자까지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 장애인복지법상 시각장애인 인정을 받으려면 좋은 눈의 최대교정시력이 0.2 이하여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좋은 눈의 최대교정시력이 0.32(6/18) 미만으로 그 기준이 국내보다 낮다.
저시력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 판정기준에서도 소외되고, 경제활동 제약으로 2차 소외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김응수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시력을 측정한 40~80세 3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좋은 눈의 최대교정시력 0.32에서 0.25에 사이에 해당하는 저시력 환자는 총 35명으로 전체 저시력 환자의 76%에 달했다. 이들은 국내 장애인복지법상 시각장애인에 해당되지 않는다. 직업 재분류 및 실업·비경제 활동인구 생태에 대한 분석에서 무직 환자의 비율은 저시력의 61.5%, 법적맹의 75%로 각각 조사되어 많은 수의 저시력 환자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저시력은 다른 안질환과 달리 환자에 대한 실태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확한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사)한국저시력인협회에서 전세계 저시력 인구는 0.8%이라는 국제 통계자료를 근거로 국내 저시력 환자를 약 40만명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런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전체 인구 내 저시력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 역시 낮을 수밖에 없어 더욱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이번 저시력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 판정 기준 개정 논의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시력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위한 논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안과 의사들이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장애 판정은 지원정책, 보험 수가 등과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있다. 국민의 안건강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안경사 역시 저시력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늦춰서는 안되지만, 이러한 논의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안경 의료보험 적용’을 들 수 있다. ‘안경 의료보험 적용’은 본지에서도 꾸준히 언급되어온 보험은 안경계에서 꼭 풀어야할 숙원 중 하나다. 독일,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안경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앞서 언급한 저시력 환자 등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의료 보험과 관련한 정책 추진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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