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한마디 “사양산업은 없다, 사양기업만 있을 뿐”

꾸준한 혁신기업 배출시 안경산업 반전 반드시 온다


안경산업의 사양산업론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제조와 도소매간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유통환경이 다변화하면서 안경산업이 갈피를 못 잡고 있으며, 갈수록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일부 안경 선도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통한 경기 분석과 함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 대해 연구하지만 뚜렷하고 명쾌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과연 안경산업이 사양산업인지, 갈수록 레드오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경산업의 미래 가능성과 진단을 함께 해보고자 한다.


한일관계 문제로 잠시 국내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는 ‘유니클로’의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는 “사양산업은 없다. 사양 기업이 있을 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모두가 안된다던 옷 장사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고, 지독한 불황에도 유니클로는 팔린다. 바로 시장을 재창조하는 남다른 발상과 끊임없는 도전정신 정확한 경영 판단과 원칙, 신뢰받는 기업가 정신과 철학 등이 융합되면서 유니클로라는 패션 대명사를 만들뿐 아니라 세계 패션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섬유산업처럼 안경산업은 레드오션이자 사양산업이라고 평가한다. 사양산업은 저무는(斜) 해(陽)처럼 기울어가는 산업을 뜻하지만, 기울기를 따지자면 저녁에 지는 해와 아침에 뜨는 해가 같다. 무슨 일이든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영국 작가이자 평론가인 존 러스킨도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영국 날씨를 탓하지 않고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안경인들이 전부 야나이 다다시처럼 혁신 기업가로 기업을 일으키고 산업을 일으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안경산업이 사양산업으로 불리우는데, 수십년째 경기침체라는 주변 환경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제 조금 더 안경산업을 면밀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컴퓨터는 사용 못하지만
옛날 비행기나 자동차처럼 안경은 사용한다

첨단 디지털 시대를 통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야기 하면서 안경산업의 위기를 언급하는 부류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통산업인 안경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적인 예로 1980년대 컴퓨터와 똑같은 컴퓨터를 현재 사용하라고 하면 사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1960년대에 개발된 자동차나 비행기는 지금도 탈 수 있다. 심지어 1980년대에 나온 롤스로이스나 페라리가 지금 자동차보다 더 좋다며 클래식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안경 또한 외형 변화가 수백년 동안 거의 없는 품목에 해당한다. 비오면 쓰는 우산처럼 큰 외형 변화 없이 앞으로도 계속 생산되고 시장에 사장되지 않고 출시된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은 사실 2차 산업혁명 시즌 2라고들 한다.
안경 역시 원형은 바뀌지 않고 디자인과 소재가 바뀔 뿐이며, 여기에 IT 기술이 접목된 안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사양산업으로 폄하하기에는 어폐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산업도 기술개발과 혁신 통해
고부가 가치산업 기업으로 탈바꿈 가능해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산업 분야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산업 기업으로 충분히 탈바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20년전인 2000년대 초반만해도 안경시장의 저가경쟁은 치열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안경테가 시장을 잠식하고, 국산 안경테는 도산 직전으로 내몰리던 상황이었다.
중국 안경 제조 기업들은 처음엔 품질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점차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저가 공세에 치여 영세해진 국내 안경 제조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한반면 중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제조 설비를 교체해가며 기술 및 디자인 경쟁력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선도적인 기업들은 가격으로는 더 이상 중국 기업과 견줘 이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인과 마케팅 인력을 강화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발빠르게 대처한 기업들은 현재 자사 브랜드 제품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면서 승승장구,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다시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안경 산업
안경테 제조공장도 ODM 위주 생산에서 벗어나야

다행히 최근 국내 안경산업에 대한 파란불도 켜졌다. 최근 들어 유럽 고급 브랜드 안경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아웃소싱을 철수시키는 대신 자국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기술력을 인정하긴 하지만, 브랜드의 힘을 믿기 때문에 브랜드 태생지에서 다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취지다.
(재)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서 만난 김원구 원장 역시 안경은 사양산업이 아니라고 전했다. 한국 안경테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대구 안경산업은 희망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안경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 한 안경 산업은 희망이 있다”며 한국 안경, 대구 안경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국내 안경산업을 떠 받치고 있는 대구 안경업체들의 경쟁력이 아직 건재한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높은 기술력에다 뛰어난 디자인까지 갖춘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단 아직까지 대부분 해외 유명 브랜드의 ODM 생산에 머물러 있는 점은 분명 극복해야 한다.

차별화된 다자인 앞세운 신생 브랜드
해외시장 공략하면서 선글라스 수출 오히려 늘어

최근 안경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안경과 선글라스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운 신생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선글라스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고 있다. 안경업계 전문가들은 안경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혁신기업이 배출된다면 ‘안경=사양산업’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 (시)대한안경사협회 김종석 협회장은 “안경사협회가 조사한 성인 안경 착용률은 2009년 47%에서 올 5월 기준 54%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디자인뿐 아니라 시력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제조 혁신기업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화 전략에 따른 신소재 및 디자인 연구개발 분야에 산·학·연·관 등 각 분야에서 집중적인 투자로 안경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안경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을 하고 후발주자에게 자리를 뺏기지 않는다.
품질 고급화, 브랜드 고급화, 고부가가치화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품질 고급화는 물론 R&D 투자, 선진 마케팅기법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안경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고 나아가서는 시장질서도 재편된다. 이 모든 사항들이 조화롭게 이루어 질 때 안경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안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