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 재고자산의 축적화는 안경원에게 독이다

앞으로 남고 뒤로도 남으려면 재고 관리가 ‘답’… 필요한 아이템만 구매할 것


다다익선(多多益善)처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지만, 이 사자성어는 안경원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바로 안경원내 재고 때문이다.
소비자가 안경원에 방문을 하게 되면 쇼윈도 안에 비치된 막대한 안경테와 선글라스 수에 압도되고 숨이 막힌다. 일부 소비자는 제품의 종류가 많아서 초이스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얼마나 묵힌 제품일까. 과연 팔리는 제품인가. 항상 쌓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안경원을 구성하는 다양한 품목중에서도 안경테·선글라스 품목의 재고 문제는 가히 심각해 보인다. 이에 본지는 과연 안경원내 재고가 득인지 독인지 안경인들에게 답을 구하며 진단을 해봤다.


불경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안경원 매출 감소가 계속 이어지면 일선 안경원에서는 재고 관리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안경원내 제품 판매가 부진해지면 제품은 창고에 쌓이게 되고 유행에 민감한 상품은 시장가치마저 떨어지게 돼 안경원은 이중, 삼중의 고충을 겪게 된다.
경기불황의 침체가 심각하지 않았던 십수년 전 만해도 안경원에 가득한 안경테와 선글라스는 해당 안경원의 풍요와 부의 상징으로 보였다. 그러나 살아날 기미가 안보이는 경기로 인해 해가 갈수록 회전이 되지 않은 안경 품목은 짐이 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일선 안경사들은 재고가 쌓이는 가장 큰 문제로 앞으로의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제품을 오더하는 구매 패턴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즉 정확한 수요 조사 없이, 자신의 ‘감’만 믿고 안경제품을 무더기로 구입했다고 자기반성을 하기 시작한 것.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수년째 이어져 온 내수경기 침체는 안경원 재고에 기름을 붓고 있다.
또 대부분 교환과 반품이 안되는 제품을 제조도매업체가 행사로 날릴 때 싼 맛에 제품을 대량 구입했다가 안경원에서 판매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팔리지 않는 선글라스가 안경원 재고주범

안경사 취재 과정에서 현재 선글라스 품목이 안경원에서 재고로 가장 많이 쌓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안경원이 타 유통처로 선글라스 시장을 빼앗기고, 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부진으로 안경원에 제품이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팔리지 않는 선글라스 때문에 안경사들은 신제품 수주회 시즌이지만 신모델 사입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안경원내 선글라스 재고문제는 안경업계의 다양한 문제점을 시사한다. 안경원 이외의 유통채널에서 선글라스가 많이 판매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면세점, 백화점, 아울렛, 온라인 등에서 선글라스가 불티나게 팔리다보니 안경원에서 판매가 부진해 선글라스가 재고로 고스란히 남는다는 평도 있다.
이런 구조는 선글라스 수입사나 제조유통사가 다음해 신모델 물량 조절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며, 안경원에 들어가지 못한 선글라스 제품들은 타 유통처로 넘어가는 등 안경원과 도소매간 선글라스 재고에 대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적정수요를 예측하지 않는 직관적 물품 구매’와 ‘경기 침체로 인한 안경소비 감소’ 이외에도 대형 유통사의 강압적 세트판매. 또 위탁판매 중심의 전근대적 유통방식 때문에 재고가 쌓인다고 안경사들은 전했다. 후진적인 위탁판매가 유통업체나 안경원, 제조업체에 이르는 전 유통단계에서 체계적인 재고관리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재고의 누적과 현금 유동성 저하로 이어져 안경원과 안경업체의 두 곳의 경영난을 동시에 가중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

개선됐지만 여전히 반품 용이한 유통시스템이 재고 쌓이는데 한몫

특히 큰 하자가 없어도 반품이 용이한 현 유통시스템으로 안경원에 무조건 제품을 들이는 안경업계의 관행이 깨지지 않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 안경업계의 시각이다. 수십년째 이어져온 안경사에게 유리한 위탁방식의 유통이지만,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지만 완벽하게 유통시스템을 바꾸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재고의 문제가 계속 이어지자 안경사들의 행동 패턴에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선택적으로 안경원에서 꼭 필요한 제품만을 구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안경사들이 많았다.
남대문에서 만난 B안경원 원장도 “사실 안경원에 재고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신상품을 구매 안할 수도 없다. 단 예년보다 적은 수량으로 ‘선택과 집중’해 팔릴만한 제품만 뽑아서 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택과 집중’해 팔릴만한 제품만 신중히 뽑아야

결국 팔리지 않는 안경제품은 안경원에 적체되기 마련이고 재고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발빠른 일부 안경원에서는 유행이 지나거나, 판매 가망성이 희박해진 제품에 대해서는 신속히 반품 처리하거나 마진을 줄이고 저가에 판매함으로써 자금회전을 돕도록 하고 있다. 타 자영업도 마찬가지지만 재고관리는 곧 매장관리로 연결된다. 잘 나가는 제품과 비인기 품목을 구분하여 디스플레이 전략에 그대로 적용하도록 하면 효과가 있다.
모 프랜차이즈 안경원 담당자는 “인기품목과 전략종목은 고객의 시선이 끌리는 곳에 진열한다든지 아니면 재고기간이 오래된 제품을 오히려 진열장 전면부에 배열한다든지 하는 효과적인 매대 레이아웃을 연출해 낼 수 있다. 재고관리가 잘되면 이는 효율적인 고객관리로 이어진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대다수의 안경원이 재고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나온다. 재고관리가 곧 돈”이라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재고 관리를 위해서는 매달 정기적인 품목별 재고량 조사가 필요하다. 제품 가격이 싸다고 교환과 반품이 안되는 덤핑 제품 구매를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안경원내 인테리어 변화로 재고 소진의 방법을 찾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고 관리 프로그램을 따로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생활화할 때 재고문제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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