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염가상품’ 이미지에서 매출을 책임지는 ‘효자상품’으로

PB(Private Brand) 상품이란 소매업체 혹은 도매업체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관여해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의미하며,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보다 PB 상품을 먼저 도입한 일본의 사례에서 잘 팔리는 PB 상품을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일본에서 가장 먼저 PB 상품을 도입하기 시작한 편의점 업계의 경우 전체 상품 중 PB 상품이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드럭스토어도 PB 상품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로 현재는 평균적으로 10% 정도에 도달했다.
일본의 PB 상품은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PB 상품은 ‘저품질 저가격’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지금은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품질도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PB 상품 중에서도 히트 상품도 대거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훼미리마트의 ‘화미치키(훼미리마트에서 파는 치킨)’는 일본의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으며 훼미리마트의 간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의하면 PB 상품의 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OEM 메이커가 광고비, 판촉비 등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납품가를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의 슈퍼마켓, 편의점 외에 드럭스토어도 PB 상품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드럭스토어 업계 1위 기업인 츠루하 홀딩스는 2018년 11월부터 PB 상품의 판매를 본격화했으며, 스기 홀딩스는 고급 화장품 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PB 브랜드를 시작했다.
드럭스토어의 PB 상품들은 주로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우가 많은 데에 비해 마츠모토키요시(이하 마츠키요)는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기획 및 개발한다는 점에 차별점이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마츠키요의 PB 상품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로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꼽고 있다. 마츠키요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 경쟁사 제품의 특징 등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시장에 진입할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해당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잘 팔릴 만한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춰서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마츠키요가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를 심화하기 위해 디지털화를 서두른 것도 성공 비결로 꼽을 수 있다. 2014년에는 마츠키요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의 정보를 열람했는지, 할인 쿠폰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마츠키요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디스플레이나 새로운 PB 상품 개발 등에 즉각 적용해 제품 구입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마츠키요는 소비자의 카테고리를 분류할 때 성별, 연령, 사회적 계층 등이 아니라 ‘가치관’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마츠키요는 PB 개발에서 데이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혈하기 위해 2017년부터 전 직원이 참가하는 ‘PB 아이디어 창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꾀하기 위해서 킨키 대학교 등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도 편의점 업계를 중심으로 PB 상품의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GS25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 키워드, 짤방(meme)을 발 빠르게 제품화하는 방식을 통해 10~30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과 협업해 웹툰에 나오는 과자를 개발하거나 싱가포르 KFC에서만 판매하는 닭 껍질 튀김을 들여오거나 방송 ‘인기가요’ 대기실에 제공돼서 아이돌들이 즐겨 먹는다는 샌드위치를 출시하는 식이다.
국내 안경 업계도 PB 제품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케이스다.
프랜차이즈 안경원과 렌즈전문점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안경계 PB 제품 시장도 큰폭의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PB 상품은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에서 기존의 제품들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 안경사 모두에게 메리트가 크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마진률이 높은 PB 상품의 확대는 가맹 안경원의 경쟁력 제고에 좋은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안경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안경렌즈, 안경테, 콘택트렌즈까지 전 제품의 PB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맹 안경원의 마진률을 극대화 시키고,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도 PB 상품 판매가 높을수록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PB 상품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새로운 아이디어 결합이 PB 상품의 성공을 좌우하는 키가 될 수 있다.

▲ 오렌즈 PB 제품 스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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