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콘셉트부터 패키지까지 판박이… ㈜탑글라스, “엄정대처 및 주의 당부”

기능성렌즈 전문기업 ㈜탑글라스의 ‘레드컷(RED CUT)’ 카피제품이 해외에서  유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레드컷은 자외선, 블루라이트 그리고 근적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성렌즈로, 지난해 출시된 이후 ‘3세대 렌즈의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문제가 된 카피제품의 경우 3가지 유해광선을 차단하는 레드컷의 제품 컨셉트를 그대로 도용한 것은 물론, 원제조사인 ㈜탑글라스 관계자들도 진품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패키지가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의 모안경 기업 제보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레드컷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인정하고 미국 및 캐나다에 공급을 시도한 A업체는 지난해 말 ㈜탑글라스에 정식으로 수입의사를 밝히고, 해당 제품과 3가지 유해광선에 대한 차단여부를 고객들에게 쉽게 확인시켜 줄 수 있는 테스터기를 전달받았다.
이후 샘플과 테스터기를 가지고 미국 및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안경제품 유통을 맡고 있는 B회사에 협업을 제안하던 도중 이미 출처가 불분명한 레드컷이 유통되고 있음을 파악하고 알려온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탑글라스 박일송 과장은 “너무 황당하고 화가난다. 레드컷이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이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과 북미지역 그리고 중동 업체들의 수출 요청이 있어 화상으로 미팅을 진행하고 제품과 테스터기를 보내 준적이 있는데 이들 업체들 중 한 곳이 샘플을 가지고 카피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 현재 전모를 파악하려 노력 중으로 진상이 밝혀지면 엄중히 법적책임을 물을 예정이다”며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혹여 국내에 짝퉁 레드컷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레드컷은 지정대리점외에는 어떠한 경로로든 판매되지 않기에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사실 지금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국산 안경 제품의 무단 카피 사건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모 프랜차이즈의 경우 상호명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제품 패키지까지 도용당하기도 했으며, 특히 디자인 복제 확인이 어려운 프레임이나 콘택트렌즈는 다반사가 됐다.
그럼에도 사건 발생지역이 국내 안경기업들과 교류가 적은 북미지역이고, 그 품목이 안경렌즈라는 점에서 이 소식을 접한 안경인들은 큰 충격을 빠진 모습이다.
중국 짝퉁업계에 대해 잘 아는 남대문의 A사 대표는 “중국 안경업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에 따르면 근래 현지 짝퉁제조사들이 세계적으로 조직화되고 있는 추세라 한다. 짝퉁 제품들의 경우 소위 어둠의 루트를 통해 유통되고, 또한 현실적으로 제조사들이 주력시장이 아닌 곳에서의 판매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노려 범죄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국내 안경계와 교류가 적은 캐나다에서 카피제품이 발견된 점은 놀랍다. 짝퉁업체가 상품명 도용은 물론 패키지를 무단으로 복제해 수출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관련 법규가 엄격한 지역이라 해도 바로잡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며, 앞으로 비슷한 범죄가 계속 증가할 거란 주장도 있다.
해외에 프레임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의 한 임원은 “근래 중국 및 동남아 지역 안경인들 사이에서 한국시장에서 흥행한 제품이 현지에서도 성공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밸류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국산 브랜드 및 제품을 카피해 유통시키는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실제 한류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에서 국산 모방제품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류의 영향력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사건은 크게 늘 것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불법카피 제품은 원제조사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유무형의 피해를 남기게 된다.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에 더해, 짝퉁으로 인해 품질 관련 문제가 불어질 경우 이미지가 치명적으로 손상되기도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의지를 꺾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내 안경기업들이 영세해 상당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적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만큼 안경단체 및 관련 기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안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