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팅(fitting)의 사전적 의미는 명사로 쓸 때 ‘(가봉한 옷의) 입혀보기; 조립(組立), 마무리 설치’ 등을 뜻한다, 형용사의 의미는 ‘적당한, 어울리는, 꼭 맞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의류업체에서는 신제품을 사람에게 직접 입혀보기 위한 피팅모델을 따로 두기도 한다. 또 골프용품 업체에서도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을 골퍼의 체형에 맞추는 피팅을 매우 중요시한다. 하물며 안건강과 두뇌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경 피팅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간단한 교정일지라도 원형의 변화를 몰고 오는 피팅은 안경사만의 고유 권한이며 공산품이라고 할지라도 대가가 지급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의료적인 범주다. 또 피팅은 안경의 상품성을 완성하는 최종 작업이며 상당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피팅 기술료 인정 등 피팅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은 국내 안경업계가 살아나기 위한 여러 요건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안경사들에게 안경 피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며 본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한다.


안경사의 전문성은 피팅 기술료 받기에서 나온다. ‘피팅’은 안경사의 전문성과 직결된 것으로 안경계에서도 오래 전부터 안경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피팅료 받기 운동’을 해왔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의 피팅료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안경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온라인쇼핑몰과 홈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알갈이 고객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가까운 안경원에서 피팅만 하는 고객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점진적으로 서비스로 인식되어온 ‘피팅’ 비용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됐고, 기존에 반영되지 않았던 비용을 정당하게 받아내기까지 많은 안경사들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초기 안경원 저조한 참여가 발목잡아
‘피팅 기술료’를 받기 위한 안경인들의 노력은 200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광주지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안경부대용품 유료화 및 수리비 받기 캠페인은 한때 전국적인 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부가 동참하면서 전국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완전 정착은 이뤄지지 못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흐지부지됐다. 초기 ‘피팅 기술료’ 받기의 가장 걸림돌은 안경원의 저조한 참여였다. 당시에는 소비자의 인식전환보다 안경원 자체의 인식전환이 더욱 관건이었다. 단골고객을 상대로 하는 소규모 안경원이 많기 때문에 정작 친분관계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갑자기 피팅비 및 수리비, 그리고 부대용품의 비용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불어 장기불황으로 안경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안경원에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섣불리 비용 청구를 하지 못하게 했다.

피팅 기술료 정액화 담합으로 고발조치까지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피팅 기술료’를 받는 것은 필연적이 되어 갔다. ‘피팅 기술료’를 받는 안경원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들쑥날쑥한 피팅료가 문제가 되었다. 이에 단체 차원에서 피팅료를 정액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일례로 (사)대한안경사협회 부산지부는 안경 피팅 및 A/S 권장 요금 포스터를 제작해 회원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린바 있다. 당시 부산지부의 조제가공료 받기 운동은 회원 안경사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담합으로 고발조치되면서 개인 안경원별로 알아서 피팅료를 책정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개별 안경원마다 자체적으로 책정한 금액을 피팅료로 받는 것이 정착되었다.

소비자의 피팅료 거부감은 ‘정당성’으로 인정받아
오랜 기간 많은 안경인들의 노력으로 초기 피팅료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소비자들도 점진적으로 피팅료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고 이를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안경원에서의 조제가공에 있어 공짜는 없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한 것이다. 물론 많은 소비자들이 ‘공짜’로 인식하고 있는 피팅비를 받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소비자가 ‘피팅비’를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반발과 단골고객 유출 등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소비자가 ‘피팅’ 중요성 인식해 니즈 높아져
그러나 이러한 반발은 시간이 지나며 이내 소비자 스스로 ‘피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니즈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안경을 착용하는 소비자라면 대부분 ‘피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내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기본적으로 피팅은 착용감을 좌우하는데, 피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착용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긴다. 피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하루종일 신경이 쓰이고 이는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또한 피팅은 착용감을 넘어 안경의 기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잘못된 피팅은 잘 보이지 않게 하거나 어지럼증을 유발시킨다.
이렇듯 ‘피팅’의 중요성만큼 ‘피팅’에는 안경사의 경험과 전문성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피팅’의 기술은 안경사의 전문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안경사의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 경험이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것으로 더욱 가치가 있다.

‘피팅 기술료’ 제도화 마련은 계속 되어야
현재 ‘피팅 기술료’ 지불 문화는 어느정도 정착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에 대한 제도적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들쑥날쑥한 가격에서 보다 정확한 근거에 따른 적정 가격안의 마련도 필요하다. 부대용품과 부속이 들어가는 경우 등 비교적 산정하기 쉬운 사례 뿐 아니라 기술에 의한 피팅비 및 기술료의 경우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만의 노하우와 위험수당 등으로 생각되는 기술료가 피팅비·수리비 청구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의 가격 산정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결국 보다 세분화된 사례별 피팅비·수리비의 제도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전국적인 기준으로 적극적으로 알려갈 필요가 있다. 정확한 산정기준에 의해 보다 현실적인 기준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높아지는 ‘피팅’ 수요 따른 대비해야
과거엔 오프라인 매장에서 안경을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패션 안경을 접할 수 있는 온라인몰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안경업계에 알갈이 고객비중 추이를 나타내는 데이터가 정확히 집계된 것은 없다. 하지만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안경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한 젊은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고, 안경원간 경쟁이 치열한 서울과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피팅’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알갈이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피팅비와 기술료 받기가 더 확산되고, 하루빨리 업계에 확실하게 뿌리내리도록 안경인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재순서

1부. 안경사 피팅 달인으로 가는 길
- 왜 피팅인가? 피팅의 중요성에 대해
- 안경테 선택과 피팅이 안경 완성도에 결정적 영향
- 완벽한 피팅, 광학적·미용적 불편함을 최소화 시킨다

2부. 전문가로서 인정받는 초석 ‘피팅’기술 
- 안경사에게 검안 이상의 기술이 바로 피팅이다
- 피팅 가미된 안경테, 구조학상 의료기기로 취급해야
- 안경사 전문성, 피팅 기술료 받기에서 나온다

저작권자 © 한국안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