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업권침해 시기, 장사꾼 이미지 지우고 안전문가 역할 부각해야

정부발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이 안경업계를 덮치면서 연일 이를 반대하는 안경사들의 시위가 7월 무더위 만큼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사)대한안경사협회는 정부와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를 제안한 딥아이를 대상으로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불가에 대한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처럼 안경사 고유의 업권 침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대안협은 회원들에게 ‘안경테 사면 안경알 공짜’, ‘콘택트렌즈 60% 할인’ 등 현수막을 안경원에서 철거하고, 블로그나 SNS를 통한 할인 홍보 활동을 중단해 주기를 당부했다.
자칫 묻지마식으로 제품만 판매하는 장사꾼의 이미지가 고착된다면 안경사들의 요구와 입장을 존중받기 힘들 것이라는 내부적 판단과 외부 단체와 기관에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대안협 김종석 협회장은 “회원분들이 안경업계의 상황에 많이 화가 나고, 힘들게 안경원 운영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 협회장으로서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약육강식의 사회적 환경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시대적 환경 속에서 병원, 약국, 그리고 안경 등 보건의료 분야 곳곳에 정부가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를 중심으로 한 모든 안경사들은 조금도 물러 설 수 없다. 싸움을 해 나가는데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내세워야 한다. 바로 우리는 안보건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을 어필하지 못하고, 단순한 장사꾼의 이미지로 비춰진다면 결코 우리의 입장과 요구는 존중받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을 정부가 발표할 정도로 이슈화된 모습을 보고, 안경인들 사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근래 유통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바로 ‘빅블러(Big Blur)’다.
혁신적인 기술 발달로 인한 급격한 사회환경의 변화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미 과거 택시 업계에서 ‘타다’라는 스타트 업체의 모델을 경험했고, 기존 택시 업체와 택시기사들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된 경험을 목도했다.
최근 업계 간 경계가 무너질 수 있었던데는 IT 기술의 발달이 한몫 하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은 곧 업종 간 경계 붕괴의 가속화와 같은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딥아이처럼 다른 업종에서 안경산업 진출 시도는 더욱 활발해 질 것이 자명하다. 장기불황이 보편화 되며, 기존 사업영역에서 매출을 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기업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신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안경산업에서 선글라스나 안경테는 상당히 매력적인 품목이다. 제품 개발에 많은 자본이나 R&D가 필요치 않은데다, 성공할 경우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경기업 및 안경원의 낮은 경쟁력도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국내 안경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영세한데다 아직까지 구시대적인 유통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만만한 상대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안경산업이 공룡 유통기업, 스마트 혁신기업으로부터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는 없다. 안경사에게는 법으로 지정한 고유의 안경사 제도와 국민의 안보건을 책임진다는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은 가장 큰 무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온라인 산업 육성에 신경 쓰고 있지만 ‘타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 이해관계자의 중재가 실패한 사례가 태반이다.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협회를 중심으로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저지 운동에 안전문가로서의 힘을 보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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