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자발적 참여·여론 주목, 안경사의 힘 보여줘

2021년 여름은 예년보다 훨씬 더웠지만, 안경사들은 더욱더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지난 6월에 촉발된 정부의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추진 허용 정책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전국의 안경사들은 일제히 극렬하게 반발했다.
현행법상 도수가 있는 안경은 의료기기에 해당돼 국가전문 자격시험을 통과한 안경사가 있는 오프라인 안경원에서만 판매할 수 있지만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기라도 하면 안경사의 설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번 정부 정책 추진에 반대하면서 6월부터 돌입한 일반 안경사들의 3개월간 릴레이 1인 시위는 눈물겨운 감동의 드라마였다. 특히 (사)대한안경사협회 중앙회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아닌 일반 회원 안경사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 이번 시위는 전국적인 여론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안경사들의 1인 시위는 지난 8월27일부로 종료됐다. 약 석달 동안 전국 각지와 청와대, 총리공관, 국회, 기재부 그리고 이스트소프트 건물 앞에서 매일매일 선후배 안경사들은 자발적으로 조를 짜서 우천, 땡볕 등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인 시위를 이어갔다.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안경사들은 이번 정부의 정책은 소상공인인 국내 대다수 안경원을 핍박하는 정책으로 일부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5만 안경사와 미래 안경사를 꿈꾸는 안경광학과 재학생들에게 날벼락과도 같은 정책임을 만방에 알렸다. 여기에 온라인 도수 안경 판매 허용이 불러올 각종 부작용과 폐해를 1인 시위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내는 성과를 가져왔다.
1인 시위 이후의 대응에 대해 대안협 중앙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부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간의 안경 온라인 판매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경업계는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고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정책 개발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안경계 모든 종사자가 소통할 방법을 찾아 집단지성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 국회와 청와대 등 번갈아 가면서 1인 시위를 주도하고 전개했던 경기도안경사회 최병갑 회장은 “경기도안경사회 소속 안경사 회원들 역시 지난 6월24일부터 3개월에 걸쳐 자발적인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 안경원을 비우고 참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서너번씩 시위에 참가해주신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정부와 이번 사태를 촉발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체에 우리의 힘과 의지를 보여줬다.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1인 시위는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안경계와 안경사들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안경사들의 의지만 보여줬을 뿐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또 시위과정에서 나타난 안경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안경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무척 부정적이다. 바가지, 폭리 등 가격과 관련해 잘못 알고 있는 소비자도 많았으며, 왜곡된 정보를 걸러내지 않고 단순하게 믿는 보는 소비자가 다수였다.
3개월간 1인 시위의 여정은 많은 것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던 힘없어 보였던 일반 회원 안경사들이 불의와 부당에 대한 대항하는 의지를 확인시켜 준 점이다.
안경사들의 1인 시위는 끝났지만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는 자발적 저항이었다면 앞으로 협회를 중심으로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저지 운동에 다시금 안전문가로서의 힘을 보태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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