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확보시, 플랫폼 업체가 ‘갑’으로 좌지우지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무신사,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안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앞서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타업종에서 온라인으로의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나갈 때에도 안경품목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온라인 직접 판매가 금지되어 업권을 사수해 왔다.
그러나 플랫폼은 무한 확장하면서 빈틈을 파고 들었다.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안경테와 선글라스가 먼저였다. 대표적인 예가 2019년 이스트소프트에서 만든 ‘라운즈’다. ‘라운즈’는 지난해 온라인 도수안경 판매를 촉발했던 업체인 만큼 안경업계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여기에 콘택트렌즈 플랫폼 업체도 가세했다. 최근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콘택트렌즈 플랫폼으로 패션 이커머스 업체인 피피비스튜디오스가 모기업인 ‘하파크리스틴’이 있다. 이 두 기업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소비자를 파고 들었다. 실제 이들 기업들의 성장세는 눈여겨 볼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의 확장이 시대의 흐름이라고는 하나 타 업종이 안경업종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 있다. 토종 안경 기업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안경과 전혀 관계가 없었던 업종에서 안경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며, 안경업종을 침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라는 안경업계의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다. 기존에 업권 보호를 위해 파트너 안경원으로 참여를 꺼려했던 안경원까지 코로나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업체들의 파트너로 속속 가입하며, 이들 플랫폼 파트너 안경원은 코로나 이후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안경테와 선글라스 등 제조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안경테를 안경원에 공급하는 제조업체와 수입업체들이 코로나 위기에 잇따라 도산하면서 악성 재고가 쌓였고, 결국 살기 위해 자본력을 갖춘 이들 플랫폼 기업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이들 플랫폼 기업이 안경테는 물론 안경과 콘택트렌즈까지 공급하고, 자체 브랜드 제품도 내는 모양세다. 이들은 기존 수입·도매업체보다 가격을 낮추고,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유통플랫폼으로 제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결국은 모든 업종의 플랫폼 업체들이 그러했듯 안경테·선글라스 기업은 물론이고 많은 안경원들이 이들 플랫폼 업체에 종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으며 파트너 안경원과 업체를 늘리는 데 집중하겠지만, 결국 일정 사용자 이상을 확보하면 플랫폼 업체는 갑이 될 공산이 크다. 가격 인하 등 본인들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 제조사와 유통사, 그리고 안경원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완전히 막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안경업종이 아닌 타업종에서의 접근과 장악은 반드시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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