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작가, 23일부터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쏘럭스와 ‘Wishes Coming’ 전시

 

김지희 작가의 <Sealed Smile> 시리즈는 욕망과 존재, 소유와 결핍, 행복과 허구 등의 상반적 장치들을 화려한 소비재와 미묘한 미소를 통해 표현한다. 영험한 동물의 이미지로 확장된 작가의 작품에서 욕망을 바라보는 삶의 동력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다. 화려하게 빛나는 작품을 통해 소유와 존재 사이를 오가는 욕망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다. 이화여대(동양화 전공-미술사학 부전공)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한 김지희 작가는 2022년 가나아트사운즈 개인전을 비롯해 서울, 뉴욕, LA, 홍콩 등 국내외 300여회 전시를 열었다. 최근에는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5월 롯데홈쇼핑에 소개된 원화 11점은 1분 만에 완판되며 역대 최단 시간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홍콩 대형 쇼핑몰 D-Park, 미샤, 걸그룹 소녀시대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갤러리를 넘어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아이웨어 브랜드 쏘럭스(Sso.Lux·대표 손근영)와 KP gallery on(대표 이광표)이 기획한 이번 <Wishes Coming> 전시는 오는 12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열린다. 한편 쏘럭스는 2023년 풀티타늄 소재 신제품 안경테를 선보일 예정이다. 관계자는 “팝업 기간 동안 김지희 작가 사인회 등 연예인 및 인플로언서들의 초청 방문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Q. 작품 소개를 부탁한다.
화려한 소비재를 통해 욕망과 존재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Sealed Smile> 시리즈는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4년째 이어오고 있다. 살짝 미소짓는 인물을 기본 바탕으로 여기에 눈을 가려 앞이 안 보이는 화려한 보석 장식의 안경을 덧붙여 욕망을 표현했다. 삶이라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많은 것들을 욕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주로 인물 위주로 해오다 4년 전부터 동물까지 확장했다. 연초에 띠별 운세를 통해 복을 기원하듯이 동물에 투영된 우리의 욕망을 조명하고 싶었다.

Q. 작품 속 안경과 눈(眼)의 의미는 무엇인가?
안경은 내가 원하는 어떠한 희망과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활용됐다. 관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욕망을 투여하는 창(窓)이기도 하다. 짙은 선글라스에는 여러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 넣었는데 주로 ‘비너스의 탄생’ 등 신화 속 명화를 집어넣었다. 특히 비너스는 사랑과 번영을 상징하는데 신화 속 이미지에서 모티브(motive)를 얻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우리의 욕망에 신화 속 내러티브(narrative)를 끌어들여 안경 안에 표현했다. 또 다른 한쪽에는 보석과 같은, 우리가 욕망하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소비재를 그렸다. 대신 이들의 눈은 감춰져 보이지 않는다. 안경은 일종의 가면이지만 얼굴을 완벽히 감추진 못한다. 모호하게 가리는 소재로 완벽히 감추지도 또 드러내지도 않는다. 눈이 나의 ‘내면’ 또는 진짜 ‘나’를 상징하는 ‘진실’이라면 이것을 안경으로 살짝 가린 것이다. 사람과의 소통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는 현실에서 상대방의 내면을 완벽하게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Q. 안경을 작품 속에 반영하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안경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이전부터 인물을 참 좋아했는데 한 번은 삐에로가 울고 있는 모습을 그린 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관계 속 사람들이 느끼는, 완벽하게 드러내지 않는 감정이나 소외 따위에 관심을 가졌다. 삐에로 분장에 감춰진 감정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때부터 다양한 시도를 하며 변화했지만 결국 ‘인물’로 다시 돌아오더라. 내면과 소통, 존재에 대한 문제의식에 접근하면서 작가로서 끝까지 가져가야 할 주제가 뭔지 깨달았다. 첫 <Sealed Smile> 작품에는 안경이 없었다. 눈물이 많이 고여있는 모호한 표정의 인물이었는데 주제의식이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일종의 은유인 안경은 주제의식을 확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선택했다.

Q. 작가가 생각하는 ‘욕망’이란 무엇인가?
욕망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욕망은 더 나은 삶을 향한 하나의 ‘희망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욕망과 희망의 경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왔다. 작품 중 대형사이즈에는 화려한 소비재 가운데 기도하는 소녀 이미지가 담겨있다. 소녀가 나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욕망이라는 것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동력이다. 단 한 번의 삶을 좀 더 성실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욕망을 솔직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Q. 부전공인 미술사학이 작품에 영향을 끼쳤나? 
당연히 영향을 줬다. 미술사를 같이 전공한 이유는 명확하다.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줄곧 화가였다. 작가로서 역사 속에서 ‘내가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스스로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도 명확해진다. 그래서 미술사학은 항상 재미있게 공부했다. 20대 때에는 관련한 칼럼도 쓰곤 했다.

Q. 작품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어느 정도였나?
중화권에서 꾸준히 활동한 지 10년 정도 됐다. 작품이 처음 해외 쪽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1년이었다. 당시 미샤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 아티스트였고, 홍콩과 동남아시아에 많이 알려지게 됐다. 이후에도 걸그룹 소녀시대, 홍콩 대형 쇼핑몰인 D-PARK 등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해외 팬들이 많이 늘어났다. 올해는 특히 대만에서 많이 사랑받았다.

Q. 쏘럭스와는 어떤 작업을 진행했나?
쏘럭스와 현대백화점에서 함께 여는 전시다. 안경은 나에게도 시그니처 소재기 때문에 함께 전시하면 어울릴 것 같았다. 다른 아이템보다 연결점이 많았다. 더구나 연말에는 백화점을 많이 찾게 되는데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작품 속 많이 등장하는 소비재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다. 또 연말에는 신년을 위해 기원하는데 시기적으로도 좋은 연결점이 있었다. 다음 해가 토끼의 해인지라 토끼와 관련한 작품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Q.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올 한 해는 정말 특별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년에는 작가로서 더 좋은 작업물을 내놓는 것이 우선 목표다. 다양한 국가에 작품들이 나가고 있는데 한국을 넘어 지금보다 더 많은 해외 활동으로 전시 비중을 높이고 싶다.

 


Sealed smile, Applied 24K Gold leaf·Colored on Korean, 2022, 김지희 Kim Ji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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