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경기침체+불법 도수판매 3중고 “매출 절반 하락”

 
 

“이 정도 손님도 없다면 정말 못 살죠.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절반 정도 줄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30일 오후 남대문 고려안경 도매상가에는 가격을 비교하며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보였다. 하지만 안경사들은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국내외 경기 침체 여파가 계속 이어지면서 사실 안경원들은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안경 상권’으로 다수의 안경원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일대는 최근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절반 이상 떨어진 매출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25년째 안경원을 운영해온 남대문 H안경점 박 모 안경사는 “폐업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로 빌려놓은 돈을 갚고 폐업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도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면서 “경기 침체로 구매욕도 떨어진 데다 보통 3년인 안경 교체주기로 인해 최근 개업한 3년 미만의 안경원들은 급격히 손님이 줄어 월세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폐업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온라인 도수 안경판매가 버젓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안경사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오픈마켓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검색하면 도수안경을 판매하는 불법 사이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중국 등 외국 불법 유통사이트들은 정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다. 대한안경사협회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년에 300건 이상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안경사들 사이에선 온라인 판매를 ‘언제까지 막을 수 있겠냐’며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시장 질서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비단 안경업계 뿐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와 흐름은 어쩔 수 없다지만 업계는 돋보기안경, 선글라스, 콘택트렌즈 등 대부분 품목들을 하나씩 온라인에 빼앗기며 서서히 시장을 잠식 당하고 있다. 

안경원들이 현재의 소비패턴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도수 안경이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민의 눈 건강 보호와 함께 안보건 서비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문안경사 제도도 하루빨리 추진해 궁극적으로 피팅료, 검사료, 조제가공료 등을 별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 이제는 안경원들도 저마다의 자기 색깔을 갖춰 매출 경로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등 자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안경 외에도 수입주류, 커피점 등을 함께 운영해 매장에 차별화를 시도하는 곳도 있다. 

남대문 D 안경원 유 모 대표는 “현재 일반안경원은 단일매장으로는 유지가 힘들다. 잘되면 현상 유지이고 80~90%는 적자라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협회는 전문가로서의 안경사 위상을 알리는데 힘쓰는 것은 물론 산하 조합을 생성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논리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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