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마음으로 73년 만에 찾은 에티오피아

2024-02-02     남두진 기자

 

73년 전 한국전쟁 소식을 들었던 에티오피아 황실은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다섯 번에 걸쳐 5천여 명의 황실 근위대를 이끌고 한국전에 참가했다. 전사자 122, 부상자 546, 포로 0명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우며 캉뉴부대는 253253승의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1974년부터 1991년까지 에티오피아가 공산화되면서 친 세력인 북한과의 전투에 참여했다는 미명 아래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참전용사들은 자랑스럽게 여긴 한국전 참전 사실을 숨기고 심지어는 이름을 바꿔 가족이 있는 고향까지 등질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참전용사는 141명이 생존했었다. 이에 참전용사의 손자, 손녀들이 겪고 있는 심장병 문제에 도움되고자 김상기 원장(천일안경 콘택트·보청기)은 심장병 어린이 수술 프로젝트를 준비했지만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에 맞닥뜨려 미룰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가 잠식하고 이전과 같은 생활이 시작되면서 미뤘던 심장병 어린이 수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35년 전부터 함께 NGO 활동을 해온 신광철 회장(참전기념사업회)과 함께 떠나기로 약속했다. 계묘년 1229, 그들은 드디어 참전용사들이 있는 에티오피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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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 끝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바로 회의를 위해 아디스아바바 의과대학 블랙라이온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 프로젝트 봉사활동이기에 여유 있게 씻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들과 만나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로 했으며 연로한 참전용사 회장님이 직접 옷에 달아주신 벳지와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일단 5명의 어린이 환자를 한국으로 데려와 심장병의 최고인 부천세종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항공료와 체재비는 참전기념사업회에서, 수술비는 한국 늘사랑회에서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영문 진단서와 함께 수술 시 어떤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법적 공증을 병원 측에 부탁했고 어린이 환자 20명 정도의 진단서를 준비하되 가능한 한 걸을 수 있는 의사가 가능한 어린이로 선정해달라고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17일은 아프리카지역 성탄절이었는데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해바라기유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비싼 가격 탓에 자주 접할 수 없는 선물을 받고 건강하라고 안아주거나 머리를 조아리고 연신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습니다. 한글학당에서는 참전용사 후손들이 갈고닦은 한국어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는 등 한국말로 치러지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딘가 아려오는 가슴 한편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병원과 한글학당의 방문 일정을 마친 후에는 참전용사의 집수리를 위해 코리안빌리지 집단거주지역을 방문했습니다. 리모델링에는 한집당 약 5천 불(700만 원)이 필요했기에 전체가 아닌 일부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여러 집이 한 개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고 비가 새는 흙집에서 쥐와 공생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수세식 화장실로 개량하고 식수문제를 해결할 큰 통을 만드는 등 당장 필요한 것부터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 있다고는 차마 믿기지 않는 현실을 체감하며 73년 전 한국을 돕겠다고 찾은 참전용사의 꽃다운 청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액자로 준비해 건넸습니다.

다음날 첫날 방문한 아디스아바바 의과대학 블랙라이온 병원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아디스아바바 의과대학 블랙라이온 병원은 총 2만 명 정도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그중 접수된 심장병 어린이 환자는 7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수술을 기다리다 지쳐 죽는 아이들도 엄청나다는 상황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12천만 전체 인구 중 본인이 심장병인지 모르고 죽어가는 환자가 얼마나 많을까, 더군다나 에티오피아 전국에서 심장 수술하는 외과 의사는 단 4명 밖에 없다니 비참한 현실에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현재 참전용사들은 63명만이 생존해 있다고 합니다. 진작 찾았어야 했을 세월의 무상함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전쟁 폐허 속 70년 만에 급성장 국가로 성장한 한국을 에티오피아에서는 꿈의 나라로 마냥 부러움을 느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손을 내밀어 도와야 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속초 천일안경원 김상기 원장 (한국 늘사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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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상기 원장은 1983년부터 심장병, 백혈병, 뇌성마비 등을 앓는 소외계층에게 치료와 수술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쳤으며 필리핀과 중국,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등에서 시력 무료 검진과 군부대에 위문품 지원, 불우 아동에게는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평생을 나눔 활동을 하며 살아왔다. 이런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지난 2016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으며 봉사활동 누적 1만 시간 이상 봉사자에게 수여되는 봉사 명장에도 선정됐다.

지난 127일에는 토요일 방송된 1,104MBC '생방송 행복드림 로또 6/45' ‘황금손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MBC '생방송 행복드림 로또 6/45'는 매주 좋은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인물을 황금손으로 초대해 로또 복권 추첨을 진행하고 있으며 복권기금이 지원되는 다양한 공익사업과 복지사업을 소개해 복권기금의 순기능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