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의 표현에 따라 달라지는 의료장비와 검사장비

치료나 수술하지 않는데 국민 눈 행복권 박탈할 이유 없어

2024-05-22     엄정여 기자
▲ 이정배((사)대한안경사협회 제17대, 제18대 회장‧전국안경사협동조합 고문)

사람의 언어는 표현의 방법과 받아들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어떻게 표현하고 받아들이며 행동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지난 5 13일자
<한국안경신문>이 보도한 과도한 장비규제를 읽고 공감한 이야기다

안경사가 정확하고 편안한 안경을 조제하기 위한 첫 번째 행위는 바로 시 기능검사 행위이다.

필자는 지난 3  8일자 <한국안경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안경원의 필수장비란 정확하고 편안한 안경을 조제하기 위해 안경사가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필수장비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경사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 안경사의 검영기(retinoscope)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자동굴절검사기(auto refractor meter)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타각적굴절검사는 할 수 없다라며 시행규칙에 못 박아 두었다

똑같은 타각적굴절검사 행위를 두고 위해 등급이 높은 값비싼 자동굴절검사기는 사용할 수 있고 간편하고 자신의 실력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검영기 사용은 왜 규제했을까?

첫째는 그 당시 안경사의 보편적 수준은 검영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둘째는 안과의사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검영기를 안경사가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셋째는 자동굴절검사기는 전국 다수의 안경원에 설치되어 안경사가 쉽게 접근해 시력검사를 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규제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이유야 어찌 됐건 안경사는 시 기능검사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1등급 검영기세극등현미경시야계 / 2등급 자동굴절검사기각막곡률측정기안압계)

안경사는 자동굴절검사기를 제외한 다른 장비는 사용하지 않지만 이제 새롭게 정립해 보자검영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검사행위까지 규제대상은 아니지 않겠는가? 이런 장비규제를 두고 안경사 독립법을 발의했던 제19대 국회의원 노영민 명예 안경사는 국회방송에 출연해 안경사의 시 기능 검사 장비는 혈압을 측정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눈에도 안경사의 장비규제는 문제가 있음을 피력했음에도 당사자인 안경사는 침묵하고 있다.

굴절이상이 아니라도 보이지 않는 시 기능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안경원에서 다양한 시 기능검사 장비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전직 임원도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의료행위로 보일 수도 있고 검사행위로 보일 수도 있다.

같은 칼이라도 부엌에서 사용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도구지만거리로 들고나오면 흉기로 오인될 수 있고 고물상에 버려두면 고철일 뿐이다.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환경이 달라지듯 같은 장비라도 안과에서 사용하면 치료를 위한 장비이고, 안경원에서 사용하면 소비자의 눈 행복을 위한 검사 장비이다.

치료나 수술을 하지 않는데 의료기기와 의료행위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눈 행복권을 박탈할 이유는 없다. 안경사가 모든 시 기능검사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눈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