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가 소개하는 맛집] 숨이 턱 막히는 여름날 평양냉면 한 그릇의 위로 필동면옥
밖에 서있기만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 바로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은 특유의 슴슴한 맛과 은은한 향, 다소 높은 가격으로 호불호가 확실한 음식이다.
하지만 한 번 빠진 사람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시 찾게 될 만큼,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적인 매력을 지녔다.
또한, 평양냉면은 집마다 육수의 향, 면의 질감, 고명의 구성까지 모두 달라 마니아들 사이에선 평양냉면 맛집 지도가 따로 있을 정도다.
오늘은 평양냉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히며, 2017년부터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이름을 올려온 서울 중구 필동의 ‘필동면옥’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동면옥’은 1985년 문을 연 이래, 서울 충무로 인쇄 골목 한켠에서 4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 식당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역시 평양냉면이다. ‘필동면옥’의 냉면은 맑은 육수 위에 송송 썬 파와 고춧가루가 고명으로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언뜻 보기엔 냉면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두 재료가 더해지며 오히려 국물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전체적인 조화를 높인다.
냉면이 나오면 면을 섞기 전에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는 것이 평양냉면을 즐기는 첫 단계다.
그다음 면을 육수에 가볍게 풀어 다시 국물을 맛보면, 전혀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필동면옥’의 국물은 진한 육향 속에 은은한 동치미의 시원함이 깔려 있어, 평양냉면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맛이다.
전통 평양냉면 특유의 슴슴함보다는 감칠맛이 더해져,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다가오는 맛이다.
그럼에도 평양냉면이 다소 부담스러운 이들이나 다양한 메뉴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이곳에는 비빔냉면과 온면, 만두국 등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접시만두, 제육, 수육 등 곁들일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특히 제육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따뜻한 제육볶음 스타일이 아니라, 차갑게 내어지는 ‘냉제육’ 형태다.
차가운 온도에도 불구하고 고기는 부드럽고 잡내 없이 깔끔하며, 함께 나오는 제육 전용 양념장에 찍어 냉면과 함께 즐기면 훨씬 더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양냉면 ‘성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만큼, 특히 여름철에는 긴 웨이팅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점심시간에는 대기 줄이 길어지는 편이지만, 회전율이 비교적 빠른 편이라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가는 것이 좋다.
반세기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필동면옥’은 단순한 평양냉면집을 넘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전통과 맛을 이어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오늘 하루,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여름을 다독이고 싶다면, 혹은 아직 평양냉면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다양한 평양냉면을 맛보고 싶다면, 필동면옥은 여전히 가장 확실한 선택이다.
무더운 계절을 버텨내는 당신에게, 이 집의 냉면이 작지만 분명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주소: 서울 중구 필동3가 1-5
■영업시간: 월 ~ 토 11:00 – 20:20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15:00 – 17:00 브레이크타임)
■글라스타 동국대점
■주소: 서울 중구 서애로1길 11 1층 117호
■영업시간: 월 ~ 금 10:00 – 20:00
토 ~ 일 11:30 – 19:30
■필동면옥에서 글라스타 동국대점 152m 도보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