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지갑 열리나, 소비쿠폰 효과 본다
안경렌즈 일일매출도 평균치 대폭 상회 안경수요 확대할 참신한 기획 · 소비문화 정착 필요
110.8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7월 소비자 동향조사’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다. 이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앞으로의 경기를 낙관적으로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값은 지난 2021년 6월 기록한 111.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한 경제여건으로 지갑을 닫았던 소비자들의 심리가 크게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그것도 4년만에 최고치의 수치다.
민생회복 소비 쿠폰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지급 첫날이다 보니, 소비쿠폰 효과에 대해 아직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평소 화요일보다는 주문량이 상당히 증가한 건 사실”이라는 안경렌즈 제조사 관계자는 “1~2주 정도 지나면 효과를 더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막 지급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 판매량을 일일 집계하는 렌즈회사 관계자는 다소 들뜬 반응이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주문량을 기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변화의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협회 임원을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의 한 안경원.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긴 후에야 약속된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직원만 남겨두기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서다.
“협회 임원을 오래 하다 보니, 할인 행사 같은 건 엄두도 내질 않고 있다”는 이 원장은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단골은 물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의 지인들까지 안경원을 찾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평소에도 손님은 항상 끊이질 않던 곳. 하지만 예전보다 2~3배는 많아진 고객으로 안경원은 분주하다.
다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중소도시는 좀처럼 분위기를 타지 못하는 모양새다. “소비쿠폰이 지급되기 1~2주 전에는 오히려 더 손님이 줄었다”라는 경북의 한 원장은 “25만원이 일시에 지급됐던 재난지원금과 달리 이번에는 두 차례로 나눠서 제공되는 만큼 선뜻 고가의 안경을 구매하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소비쿠폰이 지급되는 것만으로는 안경사들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반년 넘게 침체한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을 주문했다.
모처럼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심리를 본격적인 내수활성화로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번 기회를 일회성 행사로만 끝내지 않도록 업계 차원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소비쿠폰을 통해 안경원을 찾는 고객은 평소보다 많아질 게 분명하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낮아진 지금을 추가 시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는 “단순 할인을 지양하는 대신 누진 고객에게 오피스나 변색 등의 혜택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혀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등산할 때와 산책할 때의 신발이 다르듯, 안경도 마찬가지다. 유럽 등지에선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능성 안경을 착용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안경은 한두 개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생활 수준이 높아졌지만 유독 안경만큼은 달라진 게 없다는 소리다.
소비는 심리다. 그리고 문화다. 모처럼 찾아온 물줄기.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소비문화를 뿌리내리려면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 안경렌즈 1+1처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아이디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