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안경, 디자인 중심 ‘혁신페달’ 밟아

R&D에서 D&R로의 전환, 기술보다 감성이 우선 다양한 공정개발로 안경원 중심의 생태계 꽃피우길 기대

2025-10-17     안광석 기자
스마트안경을 주도하고 있는 레이벤 메타

스마트안경의 발전이 놀라울 정도다.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그저 언젠가 다가올 미래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성큼 우리 삶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오랜 시간 유지되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전망이다. 특히, 안경 그 자체와 안경원, 우리 안경사들의 역할까지도 말이다.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는 작년 한 해에만 100만대의 스마트안경을 판매했다. 그리고 올해는 500만대 판매를 공헌하고 나섰다. 그만큼 스마트폰 다음은 스마트안경이라는 주장에 더는 이견을 달기 어렵게 됐다. 

그리고 메타의 거센 독주에 대항마로 나선 이가 바로 스마트안경의 원조 격인 구글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파트너로 택한 기업이 바로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와 젠틀몬스터다. 메타가 세계 최대 안경기업인 에실로룩소티카와 전략적 협업을 이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마트안경의 핵심이 소프트웨어(인공지능)가 아닌 하드웨어(안경)에서 판가름 날 수 있어서다. 그리고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R&D에서 D&R로의 전환이다. 

R&D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의 트랜드인 D&R은 기술보다는 인간의 감성, 즉 디자인이 중심이 되어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걸 의미한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화질이나 배터리 용량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중시되는 것처럼 말이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의료기기 PM(프로젝트매니저)으로 오랜 시간 근무했던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허영 부이사장은 “착용감과 패션 등 D&R이 중요시되는 스마트안경의 경우 빅테크 기업들만의 기술경쟁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마트안경의 대중화를 위해 안경산업과 안경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의 지분을 인수하면서까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이유가 안경테와 안경렌즈 생산은 물론 전 세계적인 판매망까지 구축하고 있어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한들 안경사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할 터. 소비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메타와 룩소티카의 합작인 셈이다. R&D에서 D&R로의 전환이 중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D&R은 Research(기초연구)와 Development(제품화‧상용화)의 순서가 바뀐 게 아니라 기술보다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좋은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성능을 위해 디자인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착용감과 미적 감각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D&R로 전환을 안경업계가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가볍고 수려한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기술개발이 예고되어서다. 

“현재의 스마트안경이 투박하고 볼품없는 이유는 붕어빵처럼 내부에 전자부품을 넣은 후 덮개를 씌우기 때문”이라는 업계 관계자는 “아세테이트 안경을 만드는 공정처럼 전자부품이 내장된 판을 먼저 만든 후 이를 절단‧가공해 각각의 프레임을 제작하는 방식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도들이 결국 안경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의 원동력이 될 거란 기대다. 

더 가볍고 심미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겠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각자의 개성을 포기하는 방향으로는 흘러가긴 어려운 구조다. 결국, 화장품처럼 전문 OEM‧ODM 업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과 기업이 생겨날지 모른다. 스마트안경이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꽃피워지길 기대하는 까닭이다.